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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유람: 01 계약이행 (김해-오사카)
    Jan 19 - JPN 2020. 2. 16. 22:22

    아래의 내용은 글 작성 시기와는 달리 약 13개월 전인 2019년 1월 있었던 일으로, 그동안 단순히 귀찮아서 글 쓰는 걸 미뤘었습니다. 흑흑.

     

    공항에서 공항으로

    대망의 여행. 그와 나는 약 10년에 일본으로 같이 여행하기로 약속을 한 바 있다. 무려 10년 전이다. 10년. 그리고 지금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여행 전날에 항상 못 자는 루틴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너무 피곤해서 307번 버스 안에서 뚱하게 있었더니 나만 들뜬 거 아닌가 하며 내 표정을 문제시했다. 하, 거의 못 자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속도 별로였고.

     

    307번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2층의 Gate 3
    들어오면 바로 여기다. 포켓 와이파이 대여 업체들.

    버스에서 내려 GATE 3으로 들어가면 바로 옆에 포켓 와이파이 대여소가 있다. 그 어떤 포켓 와이파이 업체를 선택하든 대부분은 그 기기를 다시 다른 업체로부터 위탁받아 대여해주기 때문에 모든 포켓 와이파이 기기는 여기서 수령한다.

     

    라우터 기기를 받고 나니 호랑이가 안 보여서 이리저리 둘러 보다 결국 제자리에서 2160도가량 회전하며 등대 불빛처럼 그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전화로 나는 신랄한 비웃음을 들었는데, 크하하 흡사 전공을 올린 장수와 같은 웃음소리를 듣고도 찾을 수 없었다. 굉장히 특징적인 옷을 입고 뻔히 서 있었다는데 못 찾았다. 결국 와서 날 터치. 어? 저 방향에 있었나? 답을 듣고도 몰랐다.

     

    혼자 딜레이되는 피치 선생님

    역시나 지연의 대명사 피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원래는 16:00발인데 25분 딜레이됐다. 듣자하니 연착과 칸사이 국제 공항 교통량 문제가 겹쳤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구라 같다. 예상보다 늦어져서 난바 (難波)에 도착하면 저녁이 훨씬 지나 있겠다.

     

    비행기에 타자 마자 몇 분 내로 기절했다. 바로 호랑이다. 교통 수단에 몸을 실으면, 그러니까 자신의 손 발로 움직이지 않는, 어떤 움직이는 상황에 처하면 기절하는 유전자를 지녔다. 그렇게 생각한다. 깨어 있는 걸 당최 본 적이 없다. 정말이다. 25분 딜레이 됐으면 도착 시간도 25분 지연돼야 하는데, 왜 15분 더 늘어난 거지? 피치 이녀석 하하. 여행의 시작이라 나는 관대하다.

     

    그런데 18시에 내려 주기로 했으면서 공항 근처를 뱅뱅 돌면서 내려 주지를 않는다. 이런 미친. 고도만 조금 내리고 이게 뭐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공항이라는 것은 갑작스레 교통량이 증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 서로 약속된 항공편이 오가는 건데 왜 그걸 예측 못하고 이런 불편함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 관대함이 벌써 사라졌다. 이 와중에 호랑이는 잔다.

     

    불평을 적고 있으니 착륙한다는 기장의 메시지가 큰 소리로 기내에 울려퍼졌다. 와 드디어 내리는구나. 일본이다. 자주 오는 편인데도 언제나 신난다.

     

    무사 도착

    수속하는 데에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한국은 10분컷인데 미개한 갈라파고스 디지털 국가인 일본에서 오래 걸리리라는 사실은 애초에 염두에 뒀다. 그걸 고려하면 오히려 좀 빠른 편이다.

     

    제2터미널에서 제1터미널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탄다. 내려서 JR 역으로 이동하고 이곳에서 예매해뒀던 여러 티켓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러면 되는데.

     

    제1터미널로 오면 보이는 난카이와 JR 매표소

    티켓을 받으려면 예약증 비스무리한 게 필요하다. 이건 공항에서 부스를 통해 수령해야 하는데, 아뿔싸 그걸 안 챙겨온 것이다. 그러니까 JR 역에서도 예약증 비스무리.. 한 것을 티켓으로 교환받을 수 없다. 티켓으로 교환받을 수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없으면 으악. 망했다. 첫날부터 망한 것이다. 망했다.

     

    빠르게 멘붕 테크트리를 타고 영혼이 입 밖으로 나오는 듯한 기분에 빠져 어쩔 줄 모르고 그저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잊은 예약증 비스무리... 한 것이 몇 개지? 하루카, 라피토 또 뭐지? 두 갠가?

     

    실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게 마무리해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예약을 취소하고 대체재를 구하기로 했다. 이게 돈이 얼만데 환불은 해주려나. 나는 악덕스러운 여행사들 이미지를 떠올리고 환불 잘 안 해주겠지 시궁창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있는데, 호랑이는 환불해 줄 거야 하며 나를 다독였다. ㅎㅎ 그렇겠지? 하지도 않았다. 안 해 줄 것 같았다.

     

    그런데 해줬다. 마이리얼트립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나는 수많은 여행사 사이트와 티켓 전문 사이트를 비교해서 가장 싼 티켓을 각각 사이트에서 골랐다. 그 결과 마이리얼트립과 klook에서 거의 모든 예약을 완료했는데, 마이리얼트립은 한국 업체라 그런지 국내 공항에서 예약증을 모두 수령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잊었었다.

     

    새로 구매한 라피토 (Rapi:t) 티켓

    설치해 둔 스카이프 앱으로 국제전화를 돌려 사정을 말하니 다행스럽게도 다 취소해준 데다 100% 환불해줬다. 흑흑 감사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 요망스러운 것이, 다 환불해주니 기분이 잠시 좋다가도 그렇게 싼 가격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또 기분이 별로가 됐다. 그래도 티켓 예약을 준비하면서 각종 대체재를 찾아놔서 기본 가격보다는 확실히 싸게 이동하도록 다시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억울해. 싼 게 좋은데. 더 싼 건 더 좋고.

     

    JR 카운터에서 이코카 하루카 패스를 구매하면서 지금 이코카 티켓을 사서 나중에 사용하는 게 되는지도 물어봤다. 예전에 했으니 당연히 되겠지 싶으면서도 한번 더 묻는 게 상책. 된다고 한다. 듣고 나니 돈을 안 가져왔다. 그에게 가서 돈을 가져온다. 구매.

     

    그가 숨어 있다 ㅋ

    라피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rapid의 일본식 발음이다. 저번엔 이걸 못 타서 (같이 갔던 친구가 철덕이 아니라서 저렴한 이동 수단을 원했다)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엔 탔다. 저번엔 지하철스러운 걸 타고 그 긴 거리를 이동했는데, 이번엔 슝슝 난바까지 금방이다.

     

    가면서 멘붕 해제하고 551 HORAI JR역점에서 샀던 만두 몇 개를 움냠했다. 좀 짰다. 환불을 받고 새로 티켓을 구매했으니 가계부도 정리하는 여유도 보인다. 패닉에서 벗어났다 룰루.

     

    오사카 도착

     

    난바에서 오사카 크로스호텔까지는 지도와 다르게 거리가 좀 된다. 그리고 일본 지하상가 그 미로 같은 것 때문에 몇 번이고 자아를 의심하며 지도 앱을 켰다 껐다 반복했다. 늦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해 짐을 대충 집어던지고 밥을 먹으러.

     

    그래도 좋은 점은 도톤보리 (道頓堀)랑 굉장히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가 봐둔 우동 맛집 이마이 (今井)에서 늦고 늦은 저녁을 해결한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빠르게 가야 했는데 호텔 바로 근처라 다행이었다.

     

     

    여우가 좋아한다는 키츠네 우동

    키츠네 우동과 기본 우동인 카케 우동. 거기에다 계란으로 된 사이드메뉴를 시켰다. 저 타마고마키도 일품이지만 국물이 참 좋았다. 원래 웨이팅이 굉장히 긴데, 우리는 LO 마감 10분 전이라 그냥 들어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나는 먹으면서 그 당시엔 녹차가 제일 맛있었다. 호랑이는 역시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를 늘어놓았다. 키츠네는 유부 때문에 단맛이 우러난다. 원래의 온전한 국물 맛을 달리 만든다고, 깔끔한 다시 국물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카케 우동 쪽이 낫다고 덧붙였다.

     

    난바 난카이도오리 앞
    롯데리아 (...) 앞
    도톤보리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글리코 간판

    에비스 다리나 글리코 간판이나 도톤보리를 이동하는 군상 뭐 그런 건 음식 먹으러 가며 볼 새가 거의 없었다.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먹지 못했으리라. 다 먹고 나서야 급 여유로워져서 돈키호테도 들르고 했다.

     

    돈키호테 (ドン・キホーテ 道頓堀店)에서 상당히 유용한 아이템을 상당수 구매해서 10만 원을 상당히 초과해 사용했다. 여기에 사용할 예산 같은 건 따로 정해두지 않았지만 손 양 옆으로 꽤 들고 움직였다. 23시이지만 끝이 아니다. 또 먹으러 간다.

     

    줄과 맛이 비례하지 않았다만

    다음으로 들른 곳은 앗치치 혼포 (あっちち本舗)라는 타코야키 전문점이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앗 뜨거 본점 정도 된다. 여기서 '포'는 길거리 점포 정도의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오사카에 널린 타코야키 노포 중에서 '우리가 진퉁'이라는 말을 담고 있는 가게다. 근데 그런 거 치곤 안에서도 먹을 수 있고 해서 킁. 줄은 길었다. 다들 아는 것인가.

     

    정말 굉장히 상당히 매우 뜨거웠고, 먹고 갈 것을 괜히 호텔 가서 먹기로 해서 좀 눅눅해졌다. 사 온 게 많고 이것저것 늘어놓고 대충 앉아서 먹어서 그랬는지 큰 감흥은 없었다. 아무튼 줄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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