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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제18회 쇼팽 콩쿠르 예선 이후: 눈여겨볼 연주자
    두꺼비 메뉴 2021. 7. 25. 05:38

    결과 발표 이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물론 내게는 못 올라갈 것 같은 주자들이 올라간 것이지만, 항간에는 한지호의 탈락이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말이 들려 온다. 사실 연주 자체만 빼 놓으면 201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쿨 4위, 2015년 쇼팽 콩쿨에선 3라운드까지 갔던 한지호가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커리어가 좋았다. 그런데 어떻게 예선에서 탈락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연주가 별로였기 때문이다. 별로라는 말로는 그 많은 실수를 포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지호 정도면 151명 중 몇 등안에는 들지 않았을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지. 본인도 그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15일 세션 1에서 나는 3명 연주를 들었는데, 이토우 준이치 (伊藤順一)는 '△', 한지호와 가주연은 '△/×'라고 적어놨다. 이토 연주는 발라드와 에튀드 두 개를 들었고, 한지호 건 발라드만 들었다. 가주연은 다 듣고 내린 평이라 1라운드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발라드에서 틀린 노트 때문에 집중에 방해가 될 정도였으니까.

     

    각각 간단하게 평을 붙여놨는데, 아래와 같다. 지금 심심해서 들어 보니 이 세션에서 같이 합격한 이와이 아사키 (岩井亜咲)도 영 못 친다. 10-8, 52.

     

    • Ito: 발라드 잘 치다 코다에서 대폭주 큰 실수 하나. 연주가 약간 느끼함. 왼손이 불안함.
    • Han: 발라드. 감성적인 루바토. 인템포 실패, 아주 느리지만 설득력 있는 해석. 다만 실수 곳곳에서 눈에 보여서 (정말 많은 편) 불안정하게 느껴짐. 페달링이 비일관적이어서 좀 미숙한 듯 생각됨.
    • Ka: 마주르카 너무 힘 없고 터치가 옅음. 녹턴 좋음. 10-10 깔끔함. 25-11 소리 약간 뭉개졌으나 완급 조절이나 테크닉 돋보임. 발라드 실수 잦고 생동감 떨어져서 아쉬움.

     

    주목! 이 연주자

    그밖에 지난 대회에 나왔던 연주자들은 어떻게 됐나 간략하게 살펴 보자. 1차에 진출했었던 폴란드 쇼팽 콩쿨 단골 중 한 명인 Łukasz Byrdy에 이어 일본의 키무라 유리카 (木村友梨香)와 노가미 마리코 (野上真梨子), 루마니아의 Cristian Sandrin가 예선 탈락. 2차까지도 갔던 중국 치콩 (Qi Kong), 일본의 오노다 아리사 (小野田有紗) 역시 이번 예선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Carroccia는 문지영과 같이 부조니에서 파이널로 경연했던 피아니스트로 지난 쇼팽에선 3라운드 진출자였는데 이번엔 예선 탈락…. 문지영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는 1차에 진출했지만 기권했었다.

     

    이렇게 1차 통과 후 기권했다가 이번에 참가한 피아니스트들은 운명이 갈렸다. Ning Yuen Li는 이번에 예선에서 떨어졌고, Aristo Sham은 이번에도 통과. 일본의 카타다 아이리 (片田愛理)는 제16회 대회에선 2차까지 갔었는데,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예선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저번 대회에 이은 비운의 예선 연속 탈락자로는 나카무라 유이 (中村優似)도 있다. 나카가와 마야카 (中川真耶加)는 저번 대회 2차 진출자였는데, 이번엔 예선 탈락. 일본은 예선 31명 중 13명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저번 대회에서 예선에 머물렀던 폴란드의 Aleksandra Hortensja Dąbek이재윤, Szu-Yu Su, Marcin Wieczorek는 이번엔 예선을 통과했다. 저번 대회에서도 1차에 갔던 연주자로는 이탈리아의 Michelle Candotti, 일본의 후루미 야스코 (古海行子), 타케다 리코노 (竹田理琴乃), Yuchong Wu가, 2차 출신은 중국의 Chao Wang과 폴란드 Andrzej Wierciński가 있다.

     

    한국에선 김수연이, 그리고 중국 Zi Xu가 저번 대회 3라운드 출신이고, 파이널리스트였던 코바야시 아이미 (小林愛実)와 게오르기스 오소킨스 (Georgijs Osokins)는 당연히 1라운드에 진출했다. 또 다른 파이널리스트이자 막강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시몬 네링 (Szymon Nehring)은 2017년 루빈스타인 콩쿨에서 우승해 예선을 면제받았다. 또 다시 5년, 아니 6년을 기다려 쇼팽에 출전한 피아니스트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묘미이지 싶다.

     

    마이애미 쇼팽에서 3위했던 Parker Van Ostrand는 궤를 벗어난 박자감을 보이다 예선 탈락, 산탄데르 파이널리스트인 사이토우 카즈야 (齊藤一也)도 같이 떨어졌다. 같은 파이널리스트인 박진형은 무난한 연주로 1차 진출.

     

    이 글에서 이름이 나오진 않았지만 예선에서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 연주자로는 2004년생 러시아 출신 Eva Gevorgyan와 쿠바에서 왔는데 쿠바 느낌이 전혀 없는 담백한 연주를 보여준 Jorge González Buajasan*, 일본의 소리타 쿄우헤이 (反田恭平)가 있겠다. 나고야대학 의학부에 다니며 저저저번 쇼팽 4위를 한 피아니스트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는 사와다 쇼우고 (沢田蒼梧)는 독특한 이력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지만 특출나다는 느낌은 앞 연주자들에 비해 덜했다. 알렉세예프 제자인 Candotti와 당타이손 제자인 J J Jun Li Bui 모두 1라운드에 진출했다. 월레스를 닮은 Leonardo Pierdomenico도 어디까지 갈지 조금 궁금.

     

    *: 지난 클라라 하스킬 파이널리스트다. 클라라 콩쿠르는 파이널을 단 세 명만 뽑는다. 그런데 같은 파이널리스트였던 김혜림은 이번에 예선에서 탈락.

     

    저번 하마마츠 3위를 한 이혁과 저저번 하마마츠 우승자인 알렉산더 가지예프 (Alexander Gadjiev)는 쉽게 1라운드로 올라갔다. 문지영 우승 때 부조니 2위를 했던 (그리고 클라라 하스킬 파이널리스트이기도 한) 알베르토 페로 (Alberto Ferro)도 통과. 당시 4위했던 홍민수가 지난 쇼팽에서 처참히 깨졌던 걸 보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선우예권도 지난 쇼팽 예선 탈락자다.

     

    예선 면제자들은 누구?

    쇼팽 콩쿠르 준비위원회에서 특정 (비교적) 유명 콩쿠르 수상자들은 1차에 자동 진출하게끔 해주는데, 이번엔 아래 명단의 피아니스트들이 예선을 바로 통과했다.

     

    • Piotr Alexewicz (POL): 폴란드 쇼팽 1위 (2020).
    • Avery Gagliano (USA): 마이애미 쇼팽 1위 (2020).
    • Adam Kaldunski (POL): 폴란드 쇼팽 2위 (2020). 영 베이징 쇼팽 1위 (2019).
    • Szymon Nehring (POL): 루빈 1위 (2017).
    • Evren Ozel (USA): 마이애미 쇼팽 2위 (2020).
    • Kamil Pacholec (POL): 파데레프스키 2위 (2019).
    • Piotr Pawlak (POL): 폴란드 쇼팽 2위 (2020). 다름슈타트 1위 (2017).
    • Yutong Sun (CHN): 산탄데르 2위 (2018).
    • Tomoharu Ushida (JPN; 牛田智大): 하마마츠 2위 (2018).

     

    마이애미 쇼팽은 단지 미국 일개 '도시 대회' 같은 게 아니라 전미 레벨 그 이상의 대회다. 돈도 많이 주고 ㅋㅋ 5년마다 연다. 2015년 대회 1위가 에릭 루 (Eric Lu), 2위가 레이첼 나오미 쿠도 (Rachel Naomi Kudo), 3위가 무려 조지 리 (George Li)에 4위가 에릭 주버 (Eric Zuber)다. 이번 마이애미 파이널 6에 든 탈론 스미스 (Talon Smith)와 Chelsea Guo도 예선을 통과했고. 한편, 마이애미 2위인 Evren Ozel는 변화경을 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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