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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ple Watch Series 3 하루 써 보고
    두꺼비 메뉴 2020. 5. 22. 17:25

    나는 애플워치 같은 걸 쓰리라곤 생각을 못 했다. 일단 외관이 맘에 안 들고 기능도 쓸모없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런데 최근 여러 번 웨어러블 기기를 얻을 기회가 찾아왔었다.

     

    첫 번째는 애플워치 0세대라고 불리는 가장 처음 발표된 애플워치인데, 본체보다는 (본체는 2-3만 원에 팔린다고 한다. 매물도 없지만) 스트랩 때문에 엄청난 딜이라고 평가받았다. 나는 12시간 정도 늦게 듣고 그제서야 수소문했지만 아쉽게도 구하진 못했다. 이건 애플워치 때문이라기보다는 돈이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아마 그렇게 반응했지 않나 싶다.

     

    그다음은 Suunto 5. 내가 처음 피트니스 트래커에 관심을 가진 건 올초 한 2월쯤부터였다. 그때 다시 러닝을 시작하면서 어중간한 GPS 트래킹 능력과 심박수 (HR) 센서가 없는 아이폰으로 뭘 하겠느냐는 투정을 종종 부리곤 했다 (흔히 말하는 장비 탓). 그래서 뭐 없나, 싼 거 없나 찾아보고는 가격을 보고 놀란 뒤 기능도 너무 천차만별이라 정리하다 그냥 덮어뒀던 적이 있다. 그때는 주로 가민 (Garmin)을 눈여겨봤던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용도는 GPS 트래킹과 피트니스 트래킹 두 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에 이베이 딜로 Suunto 시계들 매물이 싼 값에 풀리면서 최근에 나왔지만 가격 때문에 인기는 그다지 없었던 Suunto 5를 장만할까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중고가보다 싸게 나왔기 때문이다. 애플워치 0세대처럼 쓰지 않더라도 못해도 비슷한 가격에 다시 팔 수 있으니깐.

     

    Suunto 5의 매력은 바로 기능이다. Suunto의 라인업이 3, 5, 7, 9식으로 일단은 좋아지지만 그 기능의 다양함이나 스포츠 트래킹 능력이 이 숫자 순으로 가진 않는다는 점이 특이한데, 예컨대 Suunto 7 같은 경우 Wear OS 기반으로 결제도 되지만 기능상으로 9나 5에 비해 밀린다. 또 9에만 있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이상하게도 5에만 있는 기능도 있다. 살펴본 결과 러닝만 하는 입장에서 5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5가 이 라인업 중에 가장 떨어지는 면도 있는데, 바로 외관이다. 실물을 보면 좀 낫지만 3, 7, 9는 확실히 데일리로도 착용해도 될 만큼 이쁘게 나왔다. 5는 레트로와 스포츠 워치가 섞인 듯한 불량한 생김새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갤러리어클락 (Gallery O'Clock)에 가서 착용해봤지만 확실히 좀 떨어진다. 다행스럽게도 거대한 폼팩터는 가녀린 내 손목에 혹시 전자발찌 팔목판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의외로 Suunto를 쓰는 여성 분들도 많고.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우연찮게 지인에게 스마트워치 써 본 적 있냐는 질문을 했다가 애플 생태계를 벗어난 그 분께서 내게 애플워치를 주셨다. 요즘 애플워치 3세대 가격이 떨어지긴 했다만 그래도 그렇지. 그냥 받았다.

     

    하지만 사용은 쉽지 않았다. 애플워치는 아이폰이 없으면 활성화시킬 수 없는데, 나는 아이폰은 있었지만 요구하는 OS보다 낮은 버전을 쓰고 있었다. 나는 iOS 11.0.2, 시계놈이 요구하는 기준은 12였다. 애플은 업데이트를 유저가 원하는 버전으로 다 올리진 못하게 한다. 최신 버전이 13.5인데 지금 12로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 13.5로 올리면 되지 왜 12를 굳이 찾느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내 iPhone SE (1세대)는 이미 11에서도 버벅버벅 느려서 죄송 주인님 긁적을 시전하고 있는 상태로 판올림을 거듭하면 더 느려지는 경향성이 있으므로 좀 부담된다. 그래도 어찌어찌 쓰던 것을 더 못 쓰게 되는 건 아닌지. 더 큰 이유는 바로 탈옥 때문이다. 현재도 탈옥으로 얻는 편의가 무지막지하다. 편하게 background play를 한다든지, gesture로 구동시킨다든지, 스크린샷 찍을 때 찰칵 소리나는 일도 없고, ssh로 파일 관리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많다. 그런데 지금 13.5 탈옥은 없다.

     

    어찌 해야 하나 찾아보다 뜻밖의 소식 두 가지를 발견했다. (1) 곧 13.5 탈옥이 나온다 (unc0ver). (2) 13.4.1 탈옥은 이미 나와 있는데, 13.5 발표가 5월 20일이라서 아직 13.4.1 sign ticket이 닫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13.5가 최신 버전이지만 13.4.1로 ipsw local file을 이용해 업데이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바로 13.4.1로 업데이트한 뒤 애플워치를 활성화시켰다. 애플워치 3세대 글인데 이제 그 애플워치 내용을 적을 수 있겠다.

     

    애플워치 3세대는 2세대와 달리 일단 무선 충전이 된다. 이게 생각보다 더 편하다. 마그네틱 때문에 자연스럽게 털썩 붙는데 약간 벗어나도 충전이 지속된다. 하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다. 배터리 용량이 아이폰의 1/6 정도에 불과한데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1/6이 아니다.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별로 쓸모가 없다. 워키토키? 웃기지만 궁금해서 누구랑 써볼 수 있을지 연락처를 켜봤는데 애플워치 유저가 없었다. 앱 생태계가 장점이라지만 사실 별 게 없다. 이건 비교 대상이 다른 스마트워치들이라 그런 듯하다. 그래도 멀쩡히 폰 쓰다 워치 쓰면 답답하다. 타이핑은 받아쓰기나 아이폰에서 키보드를 치면 미러링되는 방식으로 입력되는데, 아이폰에서 칠 거면 아이폰에서 앱을 기동하지 왜 워치에서 하겠는가. 편하진 않다.

     

    시계를 착용하고 있을 때는 문자, iMessage 등이 시계로 미러링되고 진동이 오는데, 벗어둔 상태에선 안 오는 듯하다. 이런 건 참 좋다. 앱 푸시가 모든 기기로 간다고 생각해 보자. 기기로 단축한 잡다한 시간을 다시 상쇄하는 셈이다.

     

    피트니스로 넘어가면 기본 앱인 운동은 물론 Strava나 Runtastic 모두 route나 map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냥 달려야 한다. lap이나 각 km마다의 pace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기본 앱 활동에서 하루 운동 할당량으로 30분을 주는데 (무려 변경 불가능하다) 서드파티 앱이나 기본 운동 앱에서 운동 시작을 누르지 않더라도 알아서 운동 같은 건 운동으로 취급해서 기록에 넣어준다. 이건 좋다. 심박수는 운동을 시작하고 2-3분 뒤까지 제대로 측정이 안 된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잘 해준다.

     

    GPS 정확도는 GPS만 망가진 내 아이폰보다는 물론 좋다. 그런데 이 애플워치라는 게 모호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데, 웬만한 상황에서는 자신 GPS 대신 옆에 페어링된 아이폰의 GPS를 끌어다 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나는 폰 GPS가 맛이 가서 여차저차하다 시계로 운동할 때 GPS를 대체하려 했던 건데, 아이폰의 Location Service를 끄면 시계도 같이 꺼지고, 시계에서 켜면 아이폰 기능도 같이 켜진다. 그럼 망한 건가? 다행히도 아니다. 아이폰의 Bluetooth 기능을 해제하면 된다. 그러나 제어센터에서 해제하면 애플 기기 Bluetooth 연결은 또 예외처리되기 때문에 설정에 들어가서 꺼야 한다. 그렇게 끄면 시계가 자신 GPS를 이용한다.

     

    몇몇 스포츠워치가 지원하지 않는 wake on 기능은 생각 이상으로 유용하다. 시계를 보기 위해 팔을 움직이면 그걸 "인식"해서 화면이 켜진다. 매번 버튼 누를 생각하니 상상만으로 귀찮아진다.

     

    아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났었는데 막상 적으니 기억이 안 난다. 이후 추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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