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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D Elements 8 TB 구매
    두꺼비 메뉴 2021. 2. 16. 18:16

    제목은 화사하고 상큼한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살 일 없던 하드디스크를 사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쓰던 하드가 죽었기 때문이다. 내 하드는 왜 이렇게 많이 죽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떠나보낸 HDD만 몇 개인가.

     

    죽음의 역사

    2009년에 도킹 스테이션이 딸린 멋진 외장 하드를 하나 샀었다. 20만 원쯤 됐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인 500 GB. 한 5년쯤 뒤인가 죽었다. 대충 꼽고 빼다 벌어진 일이 아닌가 추측한다. 그리고 1.5 TB 내장 HDD를 같은 시게이트 (Seagate) 걸 무심하게 골라 썼는데 이후 데스게이트 사태가 벌어진다. 이름은 무슨 SF스럽고 엄청난 일 같은데 별 일 아니다. 당시 주요 HDD 5개사 중 시게이트 하드만 엄청나게 죽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불량률은 유독 1.5 TB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내 하드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또 시게이트 제품으로 외장하드를 하나 사는 일이 벌어진다.

     

    당시 본체 내부에 넓은 HDD 베이가 있었는데 하필 메인보드의 HDD 포트와 간섭이 있었다. 완전히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포트 간섭을 헤쳐나가 하드를 설치하려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외장으로 구매했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보일지 모르겠다. 다만 내겐 아니었다. 그때부터, 아니 그때 역시 온갖 것에 귀찮아 했다는 걸 새삼 떠올린다.

     

    아무튼 그렇게 구매해 쓰던 Seagate Expansion Desktop Drive 2 TB.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보증기간이 그때 2년이었나, 3년이었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 기간 안에 죽어서 제품을 교환받았다. 물론 안에 들어 있던 데이터에겐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엄청난 패닉에 앞으로 백업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수동으로도 백업하고, 클라우드에도 백업하고, ATIH 같은 소프트웨어로 스케줄을 잡아 또 따로 백업했다. 500 GB 드라이브는 그때 백업됐고, 이후 생을 마감했다. 아무튼 이삼중의 백업을 하니 용량도 문제였고, 어떤 게 최신 자료인지도 구별하기 어려웠는데 (일자를 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쓰다 보면 미묘한 지점이 있다.) 이런 어려움에 직면하다 보니 점점 다시 백업을 게을리하게 됐다.

     

    HDD가 죽어 나가는 사이 더 많은 부품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래픽카드도 골골대더니 간단한 냉납 문제가 아니었는지 몇 번 사설수리를 다녀오가던 도중 죽었고, 파워도 두 번 사망했다. BRONZE 등 여럿 인증을 받은데다 레일별 성능, 콘덴서 같은 사소한 부품까지 알아보고 고른 시소닉 제품이었는데도 말이다. 또 뭐가 죽었지. 기억나는 대로 써서 모르겠지만 요는 장례식의 향연이었다는 것이다. MTBF 같은 게 존재하듯 부품들도 그 나름의 수명이 있는 모양이었다. 죽는 만큼 새로 사고, 또 죽는 대로 더 샀다. 그렇게 비어 있던 베이가 꽉 차는 날이 왔다.

     

    그렇게 백업의 백업과 친분을 가지며 여유롭던 어느 날, 리퍼비시로 왔던 그 Seagate Expansion Desktop Drive 2 TB 제품이 얼마 전 돌연사해 관짝에 박혔다. 이건 사실 올 때부터 영 시원치 않았다는 말을 해야겠다. 헤드파킹 소리가 유달리 컸고, 불쾌한 소음도 비교가 꺼려질 정도였으니. 죽기 직전엔 랜덤 쓰기 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게 차라리 고마웠다. "나 죽을게"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으니, 그 날 바로 테스트 돌리고 백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리 배드섹터는 주변 클러스터로 "전염"되기 쉬워서 빠르게 데이터 백업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인지한 시점이 빨랐지만 몇몇 데이터는 구하지 못했다. 배드 난 데이터를 구조하려 할 때마다 무한 로딩에 들어가고 이내 구조 실패 메시지 ("원본 파일이나 디스크에서 읽을 수 없습니다")가 뜬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클라우드에 암호화해 보관해 둔 백업 파일이 있었고 (총 5 TB + 2 TB + 2 TB), 그 드라이브에 해당하는 파일을 다시 다운로드해 대부분을 살릴 수 있었다. 개인정보 문제로 백업하지 않던 사진 몇 장만 사라졌다.

     

    새 하드 구매

    죽음은 새로운 생으로 대체되는 법. 하드들은 윤회를 믿기도 한다. 적어도 여기 사는 하드는 그렇다. 2 TB가 죽었지만 눈에 든 건 8 TB였다. 5-6년의 간격이 있었으니 그 절대적인 수치 차이는 실질적으로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변명을 하면서 하드를 골랐다.

     

    예전엔 RPM을 따지고 플래터가 몇 장인지, 캐시는 어떤지를 따졌는데 요즘은 좀 달랐다. 데이터 호더 같은 씹덕들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벤치마크를 돌리거나 다나와에 댓글 다는 사람들조차 모두 CMR인지 SMR인지를 따지고 있었다. 기존에 쓰던 게 CMR, 새로 도입된 기술이 SMR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SMR은 Track이 독립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겹치는 식으로 되어 있어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갭이 없어서 데이터 수정에 더 많은 시간을 요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4K 쓰기 속도는 CMR에 비해 처참히 밀려 일상적으로 쓰는 하드로는 부적합하다고까지 언급된다. 그래도 쓴다고 하면 단순 아카이빙 용도로만 쓰라는 씹덕들의 권고가 있었다. 이 말은 다소 이상한 점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8 TB 이상 대부분의 하드는 모두 CMR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HDD 제조사도 고용량 HDD, 즉 아카이빙 용도로 잘 쓰이는 하드조차 CMR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고용량이라고 다 더 좋은 성능일 필요는 없을 텐데 8 TB 이상 하드에서 SMR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라는 말은 드물지만 있다는 말도 된다. 바로 시게이트다. 시게이트가 8 TB 내장 하드로 SMR 기록방식이 적용된 걸 많이 쓰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바라쿠다 라인 전 용량이 대부분 SMR이다. 반면, WD나 도시바는 8 TB부터는 어떤 모델이든간에 SMR을 쓰지 않는다 (단, 사소한 예외 있음). 그 점이 좋았다. 그래서 WD로 골랐다. 도시바는 저가 라인이면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8 TB면 뭘 사든 WD도 RED급으로 주기 때문에 웃돈 주고 살 도시바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WD 내장 RED를 사서 하드렉 같은 거에 꽂아 쓰거나 easystore, My Book, Elements 같은 3.5" 외장 제품을 쓰거나 둘 중 하나였다. 마침 아마존 신한카드 10% DC를 하길래 환율과 수수료를 고려해 가격을 계산해 봤는데, 신기하게도 오픈 마켓에 올라와 있는 직구 대행 업체가 가장 쌌다. 나는 16.8만 원에 구했다. 블랙프라이데이나 행사 시기에 비하면 저렴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살 만한 가격. RED 8 TB는 지금 28만 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 오는 거라 설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주문한 지 딱 5일 만에 오늘 도착했다. 집 근처에 철물점이 있어서 쉽게 110 V to 220 V 어댑터를 구할 수 있었다. 프리볼트 제품이라 이런 거 대충 꽂아 써도 문제가 없다. PC에 연결하니 이미 GPT, NTFS로 포맷이 되어 있어 바로 쓸 수 있었다. 편리하네.

     

    벤치마크

    그래도 벤치마크는 해봐야 하는 법. 먼저 CrystalDiskInfo로 확인해 보니 새것. 이제 diskmgmt.msc로 볼륨을 삭제한 뒤 HD Tune을 돌려보자. 배드섹터 테스트는 너무 오래 걸리니 생각하기로 했다. '정책'에서 쓰기 캐시는 쓰지 않도록 그냥 뒀다 ("향상된 성능").

    HDD Info
    사용 시간 0시간. 05, C5, C6 모두 멀쩡하다.

    SMART 체크에서 문제가 있으면 그건 좀 난감했을 것이다. WD80EDAZ니까 캐시 256 MB, 5,400 RPM짜리라는 말이다. 요즘엔 8 TB짜리엔 헬륨 필링된 게 전혀 없는데 어째 한국에선 좀 잘못 알려진 게 있다 (SMART로 Helium indicator가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헬륨 버전이 온도가 극명히 더 낮지도 않다. 겨우 1-3도 차이. 그런 반면 소음은 더 크다는 보고가 있다. 다음은 쓰기, 읽기 속도를 살펴 보자.

    HDD Reading Speed 1HDD Writing Speed 1
    HDD Reading Speed 2HDD Writing Speed 2
    Benchmark 1Benchmark 2

    무난해서 별로 쓸 말이 없다. 직구 때문에 distributer로부터 A/S받을 수 없으니 제조사 보증을 받으려면 해 제품 등록을 해둬야 한다. Elements 제품은 여기서 할 수 있다. 해봤는데, 3년에다 1달 더 준다. 배드섹터 테스트는 마찬가지 HD Tune이나 국내 데이터복구업체들 툴로 해볼 수 있는데 귀찮아서 관뒀다. 어차피 백업용으로 쓰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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