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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0504
    두꺼비 메뉴 2021. 5. 4. 01:36

    간단한 일기를 옮겨 본다. 아래 내용은 티스토리에서는 처음으로 Markdown을 써서 작성했다.

    0428

    서투른 요리 초보 블로그씨는 열심히 요리 영상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오늘은 자신 있는 쿡방 영상을 자랑해 주세요~

    요리는 모르겠고, 요즘 pourover 커피에 여념이 없다. 중순이었나 초였나 HOLZKLOTZ 드립 세트를 선물받은 이후 이것저것 더 사서 기구를 완전히 갖췄다. 그라인더도 같이 받았는데 핸드밀 귀찮고 힘들어서 입문용 Wilfa를 같이 장만했다. 지금은 10만 원 넘게 잡히는데 내가 구매할 때엔 9만 원대 초반이었다. 홀츠클로츠의 brewer는 A27인데, 비슷하기로는 오리가미와 다소 닮았고 특성도 유사하리라 생각된다. 특이한 녀석이라, 브루어 중에선 기본 중 기본이라는 V60도 같이 쟁였다. 또 뭐더라?

     

    내리면서 계속 깨닫는 건 그나마 변인 통제가 가장 쉽다는 종목인데도 그걸 전혀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어느 한 기준에서 출발해 벡터를 정해 그쪽으로 가면 되건만 계속 실패하다 보니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고 제대로 서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혼동이 온다. 이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실패해 오던 대로 한 칸씩 움직이기를 반복해야 하는지 방법론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기 마련인데, 내가 그 구렁텅이에 있는 듯하다.

     

    0429

    산책할 때 보이는 푸르른 꽃과 나무가 좋아요. 여러분의 봄 산책 기록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세요!

    Mahler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런 풍경을 왜 보고 있느냐. 내가 곡 안에 다 아로새겨 놓았다. 꾸짖는 어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내가 옮기니 그렇게 보이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말이었다. 나는 뛰어난 사람들 덕에, 음악으로 하여금 이미지를 구현해 놓은 부지런함 덕택에 가만히 앉아서도 호사를 누린다.

     

    0430

    내일이면 설렘 가득한 5월이 시작되네요! 활기 돋는 5월 시작의 계획을 세워볼까요?

    5월이라는 사실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신록이 감싸안는 포근함을 자신의 특징으로 하는 5월일진데 어째서 이런 부담감을 내가 떠안아야 하는가. 결국 이건 사회나 각종 배경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아니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면 상호작용의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어떤 것에서 causation을 찾고 환원하려 할 때마다 다양한 요소들을 놓고 관계를 확인하고 명제의 옳고 그름을 확인하려는 쓸데없는 생각이 나만의 행복이자 나태함의 근원이다. 그렇게 도피하고 있으면 어느덧 시간이 가 있다.

     

    시간이 그렇게 지칠 줄 모르고 흐르고 있으면 어느덧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이해하던 점이 점의 모양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0501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에요. 그동안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칭찬의 한 마디 남겨볼까요?

    이건 글을 쓰지 말란 소리인가. "근로자의 날" 하면 생각나는 건 허영이 브리핑에서 피로사회를 언급하며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고 법정공휴일으로 지정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던 뉴스. 그런 목소리는 환영할 만한 것이긴 하다. 비단 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피로사회는 아마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따온 것일 텐데 그 뒤에 붙여 언급한 "소진사회"는 뭔지 잘 모르겠다. 가뜩이나 연관된 이슈로 더 시끄러운 요즈음 Sandel이 Meritocracy에 관해 집중적으로 언급한 책 『The Tyranny of Merit』(2020)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개념이다. 사실 이 책은 한국에서 오용되고 있는 개념 "공정" 때문에 원제의 뉘앙스가 좀 부정된 측면이 있는데, 말하고자 하는 건 다행히 살아 있다. 샌델이 이 개념을 잘 다룬 학자도 아니고 선구자 역할도 아니지만 이렇게 교양서로 메리토크라시 같은 걸 다뤄준 건 더할 나위 없이 반길 일이다.

     

    나름 서점에서 잘 팔렸다곤 하지만 과거 저서에 비하면 안타까울 정도고, 실제로 한국에서 이와 관련해 영향을 크게 끼쳤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열심히 일"한 것과 거울상인 자본소득에 모두가 골몰하고 있으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몇 시간씩 점 선 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꼴을 볼 때마다 내면의 효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0502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판도라의 상자는 그것을 열어야 판도라의 상자라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연다'는 일종의 관측적 지위의 행위로 인해 그 위치가 부여된다. 후일담이 퍼지며 특정한 후대의 시각이 포함되곤 하는데, 헤로도토스가 적어나가는 창작의 역사와 유사한 형태로 공고화되면 그러한 이름이 걸맞은 가치를 가진다. 그러니 모든 판도라의 상자는 아마 열어봤을 것이다.

     

    글을 적으러 들어 온 이유는 일단 N 드라이브 때문이다. 무슨 연유인지 읽기 속도, 쓰기 속도가 모두 극도로 느려진 듯. Wiping을 한 후 재차 포맷할 것이다.

     

    0503

    내가 꼽은 풍경 맛집은 바로 여기! 사진과 함께 여러분이 아는 멋진 풍경 맛집을 소개해 주세요~

    시각과 입과 코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각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을 따로 구성해야 전체적인 효용에 더 도움될 것. 다행스럽게도 좋은 곳엔 좋은 곳이 함께 있다.

     

    갑작스레 ColdplayTwisted Logic을 듣고 싶어서 급히 찾아 듣는 중. 제목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가사는 기억한다. iTunes로 열면 참 편한데 저번에 또 꼬여서 iTunes로 열진 못했다. 음악을 넣는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애드웨어처럼 변하는데 그걸 방지하고자 레거시를 쓰고 있으면 또 iTunes 새 버전을 쓸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덜 쓰는 iTunes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기회비용이다.

     

    방금 내린 Kenya Nyeri Red Mountain AA도 맛있다. 아무래도 잘게, 그리고 고온으로 접촉 면적 (및 시간)을 늘리는 방식은 약배전에나 괜찮은 것 같다. 이러한 변인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안 것도 하나의 깨달음인데, 생각만 하던 "약간 곱게 갈아서 내려 주실 수 있나요?" 같은 말은 정말 생각으로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에어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중.

     

    0504

    5월에는 휴일이 많아서 들뜨고 설레는 것 같아요~ 5월 중 제일 기대되는 날이 있나요?

    나는 딱히 들뜨지 않는다. 날씨만 이대로 쭉 가줬으면 하고 기대한다. 올해는 작년처럼 4-5월의 며칠과 같이 갑자기 더운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5월 4일은 무려 30도를 기록했었다고 한다. 11일 29도, 14일 28도. 내가 사는 곳 근처를 기준으로 했다. 그리고 오늘 비가 안 왔으면 좋겠는데 아님 늦게 오든지.

     

    지금 듣는 Fauré의 작품번호 73이 참 좋은데, 이에 어울리는 날씨였으면 좋겠다. 질문이 있으니 잡설을 풀기 좋구나. 이렇게 블로그씨처럼 질문해주는 기능을 가진 앱으로 Prompts가 있는데, 아무래도 질문의 다양성이라든지 여러 측면에서 블로그씨가 좀 더 낫지 않나 한다. 결국 사 놓고 한 번도 안 쓰고 있고.

    I note however that this diary writing does not count as writing, since I have just re-read my year's diary and am much struck by the rapid haphazard gallop at which it swings along, sometimes indeed jerking almost intolerably over the cobbles. – Virginia Woolf. A Writer's Diary. 1953.

    Woolf는 일기를 글쓰기라고 여기질 않았다. 갖가지 왜 아닌지를 놓고 자신 의견을 설파하는데, 재밌게도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의 제목은 "A Writer's Diary"이다. 글은 아니지만 글을 위한 재료가 되거나 글을 위한 연습 정도는 될 수 있겠지. 그러니 일기는 일단 글이 아니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블로그씨든 Prompts든 적으며 글 쓰는 만족감을 느낀다는 건 울프에게 있어 웃기는 일이 된다는 결론 또한 얻을 수 있다. 과정이든 전제든 그 정도 위치인 것이지 결과가 아니니 성취감을 느끼고 안주하지 말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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