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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된다. 내가 고지혈증이라니. 게다가 한창 운동할 때 측정한 총 콜레스테롤 값이었는데, 그게 270이었다. 믿지도 못하겠고 중요한 진단기준인 LDL-C가 빠져 있기도 해서 이번에 다시 측정했는데, LDL이 171 mg/dL. 확실하다. 나는 살면서 BMI가 20 kg/㎡를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게 이런 일이?
내과에서는 최소한 LDL 콜레스테롤 농도가 70 mg/dL 이상이어야 무언갈 한다. 위험인자에 따라 이 기준치가 달리 적용되는데, 나는 가족력도 없고 (없나?) 당뇨나 심혈관 문제도 없는 듯해 기준치가 160 mg/dL인 저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100이 기준, 중등도 위험군은 130이 기준이 된다. 나는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이니 저위험군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생각보단 건강하지 않았고 LDL-C는 160을 넘겨 스타틴을 투여받는 처지에 몰렸다. 게다가 기준 하나가 더 해당된다. 그동안 생활습관 개선 등이 이뤄졌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시일을 두고 수치를 재평가하는 일을 거치기도 하는데 여전히 높게 나온 경우 스타틴을 쓰게 돼 있다. 내 수치는 여전히 높았던 것이다.
보통 검사를 하면 (건보 검진이나 사보험으로 처리되는 검진 등 제외) LDL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보다는 총 콜레스테롤과 HDL-C, triglyceride를 구해 역산하는 연산법을 쓴다. 여기서 triglyceride를 약 5로 나누면 VLDL-C에 근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계산 방식의 유효성을 인정받아 잘 쓰이고 있다. 그래서 별 문제가 없음에도 LDL-C 진단검사를 바로 한다거나 하면 그 진료 건은 건보에서 제외되곤 한다. 앞서 말한 이러한 계산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결점이 있다. 첫 번째는 식후 12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 특히 검사조차 안 해주는 식후 9시간보다 적은 경우를 제외한 9-12시간 구간인 경우 LDL이 실제보다 다소 작게 계산된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제한조건이 없더라도 통계적으로 그보다 더 큰 오차가 지속돼 왔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내 LDL-C 농도는 분명히 171 mg/dL보다 높은 것이다. 190이면 "매우 높음"으로 진단되니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수치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내 경우는 콜레스테롤만, 그중에서도 LDL-C만 높아 정확하게는 고지혈증이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중 고콜레스테롤혈증 (Hypercholesterolemia)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와 같은 상황에서는 1차 약물로 무난하게 스타틴계를 사용한다. 단, 간수치 (예컨대 ALT 등)가 나쁘면 간에 썩 좋지 않은 스타틴을 쓰기 난감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모두 statin으로 끝나는 약제임에도 놀랍게도 나름 특성들이 소소하게 차이 나 약제 선택 다양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내가 받은 건 atorvastatin으로, 요즘 백신으로 유명한 Pfizer 사가 오리지널로 팔던 약물이다. 다른 스타틴에 비해 지속 시간이 길고 특히 LDL-C 농도 감소 효과가 크다. 가격 (약가)도 저렴해 B/C도 높아 무난하게 잘 쓰인다. 경쟁 중인 rosuvastatin과 함께 높은 농도가 허가된 단 두 종류 스타틴이기도 하다.
약에만 의존할 건 아니고,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개선해야만 하는 일이다. 흡연자였다면 금연 시 영향이 꽤 클 법도 한데 애초에 담배랑은 거리가 있는 터라 나는 그런 요행수에 기댈 수도 없다. 맨날 풀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결국 유산소 운동으로 귀결되는데 하필 무릎이 아직도 문제라서 제대로 운동조차 하기도 어렵다. 무릎이 문제면 무릎을 쓰지 않는 운동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유산소 운동만이 그나마 효과가 있으며 그것마저 크지도 않다. 무릎을 쓰지 않는 유산소 운동이 있으면 한 번쯤 시도를 해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약 잘 챙겨 먹고 될 수 있으면 멀쩡하게 살아야지. 매일 같은 시간에 챙겨 먹으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사실 그렇게는 안 해도 된다. 저 "같은 시간"이라는 건 자신 기준의 상대적인 시간이다. 시차가 생겨 잘 어그러지는 사람은 "자신의 아침"에만 챙겨 먹으면 된다. 아오 귀찮아. 나태해서 벌이진 일 같은데 아 다 귀찮다 글 적기도 귀낭머ㅁㅇ류피ㅓㅊ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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