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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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행, 그 두 번째 (01): 준비돌아다니며 2019. 11. 20. 00:52
첫 마디는 무심했다. “이거 들으러 갈래? 바쁘거나 안 내키면 나 혼자라도 가려고.” 잠시,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설명을 하겠다. 몇 번이고 그와 음악을 들으러 다녔지만, 가끔 조는 모습도 보였고 들으러 멀리까지 가는 게 부담도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수험생. 그래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표현한 것이다. 내가 들으러 가자던 것은 대구콘서트하우스 (Daegu Concert House)의 World Orchestra Series (2019 WOS) 기획 공연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는 야심찬 기획. 부산에는 이런 게 없다. 홀이 워낙 차이나기도 하지만, 고전음악을 듣는 인구의 비율이 대구보다 못한 것일까 아무튼 그런 기획은 잘 하지 않는 듯하다. ‘챔버페스티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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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ystian Zimerman (2)돌아다니며 2019. 1. 29. 14:12
T에게 지메르만 리사이틀을 들으러 가자고 말한 지 일주일. 우리는 함께 대구에 들르기로 했다. 오늘은 예매일. 서버시간에 맞추어 들어갔는데, 이미 왼편 VIP석은 거의 자리가 없었다. 처음에 R석 2열을 잡았는데, 다중 브라우저 접속 혹은 선점이라고 뜨면서 튕기길래 '아 내가 한 고정IP로 여러 접속을 해서 그런가' 하며 다른 것을 눌러보다 이것은 결제차에 내가 들어와 있어도 남이 먼저 하면 그대로 내가 튕기게 되는 정글과도 같은 혹독한 환경임을 그제서야 알아챘다. 피아노 리사이틀은 일단은 왼쪽이다. 시각적 즐거움을 논한다면 특히 그렇다. 오른편에서 보면 피아노 뚜껑만 보이기 때문에 피아노 뚜껑에 페티시즘이 있지 않은 이상 그쪽을 우선순위에 둘 리가 없다. 왼쪽에서 보면 손의 움직임은 물론, 일반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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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ystian Zimerman돌아다니며 2019. 1. 26. 03:10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Krystian Zimerman; 이하 지메르만)! 연주 외적으로 그리 많은 걸 알지 않아도 오직 연주만으로 좋아하게 된 피아니스트. 그의 16년만의 내한 리사이틀. 사실 작년에도 와서 이런 말은 좀 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저게 거짓은 아니다. 왜냐하면 작년엔 협연이었으니까. 프로그램도 마음에 안 들었고 (무려 번스타인 협주곡이었다고! 이걸 왜 듣지). 그래서 (조금만) 편한 마음으로 뒤로 넘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아직 대구 프로그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레퍼토리는 나와 있는데, 무려 브람스 소나타 1번 (혹은 2번)과 쇼팽 스케르초 전곡이다. 이건 넘기면 안 되지 않나. 곡들을 보면 지메르만이 과거 녹음해서 DG 레이블로 냈던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