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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 만나러 가는 길
    Tale 2019. 1. 27. 02:24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험악하기보다는, 갈래가 많았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참으로 심오한 말이겠지만, 오늘은 그쪽 말고 교통에 관해서 좀 써보려 한다. 물론 이것도 나름 심오하다. 바로 당신이 역삼에 있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루트들에 관해서.


    크게는 항공과 KTX로 나뉜다. 내게 시간은 그리 너그럽게 웃어주지 않았고, 따라서 최대한 올라가며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당신을 오래 보아야만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걸리는 시간도, 가격도 비슷했다. 그러면 아무거나 타면 되지, 할지도 모르지만, 그 비슷하다는 결과가 내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내가 어떤 루트들을 고려했는지 적어보겠다.


    먼저 김해국제공항 (PUS)-김포국제공항 (GMP) 직통 루트. 공항까지 가고오는 데에 90-100분이 더 걸린다. 하지만 항공권이 없었다. 없다기보다는 좀 비쌌다. 총 소요시간은 국내선 수속 대기 시간까지 합쳐 약 3시간 반 정도로 추정. 그 다음은 울산공항 (USN)에서 김포국제공항 (GMP)까지 가는 방법이다. 가격은 아까보다 훨씬 낫지만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효율적이지 못했다. 동해선 광역전철을 타고 신해운대역에 내려 여기서 무궁화호로 호계역까지 가서 여기서 근처에 있는 공항에 접근하는 방법이었다. 30-50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제주에 갔다가 김포로 복귀하는 코스인데, 이것은 시간적으로 굉장히 메리트가 없을 것 같지만 이륙 후 소요시간만 따지면 그렇진 않다. 가격은 제주 특가가 많아서 고려해 볼 만도 했다. 하지만 항공편을 기다리는 데에 드는 대기시간이 크게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항공권을 포기하고 열차로 눈을 돌렸다. 대개는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노선을 택하지만 나는 구포역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나 금전적 측면에서 조금 더 이득이다. 이것과 비교해 본 루트는, 동해선을 경유해 울산역에서 KTX를 타는 방법과, 해운대시외버스정류소에서 동대구역이나 공업탑시외버스정류장에 내려 환승해 KTX를 타는 방법 등을 고려했다. 이때까지 'KTX'라고 적은 곳엔 다 'SRT'를 넣어도 된다. 두 고속철 모두 서는 역이니까.


    영등포역에 내리는 방법은, 구포발 KTX가 그곳에 서지 않기 때문에 포기했다. 사실 동대구에서 환승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집에 내려올 때엔 여유롭게, 그리고 절약 정신을 벗삼아 도전해 볼 가치도 있다고 생각했다[각주:1]. 동대구가 끼면 굉장히 다양한 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구포역과 동대구역 사이에서는 고속철도가 말만 고속철도고 그리 빠르지가 않다. 마치 용산역과 서울역 사이와 비슷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구간을 ITX로 두면 KTX와 소요 시간은 같은데 (어떤 때는 더 짧다) 돈은 덜 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고려하지 않았다. 시외버스는 가격이 싸니까 (우등 할증이 없으므로) 메리트가 있긴 했지만, 난 자동차라는 게 좀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버스는 110 km/h라는 불쾌한 제한속도가 걸려 있어서 아무리 빨리 달려도 터미널에서 터미널까지 4시간을 거뜬히 넘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라고 다른 속도 규정을 적용받지 않으니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외했다.


    크게 돌아 돌아 내린 결론이 결국 구포-서울 (혹은 수서)였다니 웃기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이런 명확한 답을 내고서 한 번밖에 써보지 못한 건 사실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다른 때엔 여러 이유로 새로운 루트를 찾아 갔으니까. 무엇이 우선순위이느냐에 따라 답은 매번 바뀐다.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면 당신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1. 그리고 이것은 실현되지 않는다. 당신이 시험보던 날, 나보고 조금 더 같이 있어달라고 했던 관계로.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던 시간이 내겐 정말 값졌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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