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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10일차 - 수'
    호랑이 메뉴/하와이 2023. 8. 13. 18:19

     아침에 걸어서 IMPAC에 가는게 꽤나 즐거운 일임을 깨달았다. 수요일 아침도 상쾌하게 시작.

    가다가 나보다 먼저 출발했던 재재와 조동동을 발견했다. 나름 풍경을 즐기며 열심히 기어왔는데 왜 내 앞에 이 친구들이 있는걸까. 한국인 마인드까 뼛속까지 박힌 나에게 느림의 미학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IMPAC가는 길을 몰라서 구글맵을 켜려던 차에 얼씨구나하고 스토킹하며 따라갔다. 좋은 Navigator였다. 굿.

    오늘 IMPAC 수업에서 배운 유익한 내용 두가지다. 프리실라가 추천해준 'Yellowjackets'라는 드라마와 하와이에서는 배에 바나나를 들고 타면 안된다는 사실. 재난,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물 덕후라 Yellowjackets를 꼭 보고싶은데 Prime Vidieo에서만 공개된 상태다. 방법을 강구해봐야겠다.

    오늘도 쉬는시간에 Sufers bakery로 뛰어갔다. 에그타르트를 사먹었는데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치만 꿀맛!

    점심은 알라모아나센터 푸드코트에 있는 Panda Express에서 가장 유명한 조합의 메뉴(오렌지 치킨 + 갈릭쉬림프)를 주문했다. 나는 친구들 덕분에 처음 알게된 브랜드인데 서양인들에게는 일상인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미드를 보면 주인공들이 일과후, 소파에 앉아 종이박스에서 퍼먹는 면의 정체가 이것이라고! 맛은 음.. 한번 먹고나니 더 먹을 생각은 안 들었다. 일단 면은 너무 메말라서 퍽퍽했고, 오렌지 치킨의 맛은 첫입에는 눈이 번쩍 뜨이지만 소스맛이 강해서 그런가 먹을수록 물리는 느낌이 컸다. 갈릭 쉬림프는 그냥 마늘맛 새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IMPAC에 돌아오니 하와이주립대에서 온 친구가 인사와 함께 선물을 줬다. 인스타를 들어가보니 세븐틴의 광팬이다. 재재는 팔로우하고 친하게 지내던데 나는 그다지 접점이 없어서.. 판다에서 준 포춘쿠키를 열어보니 '최고를 위해 노력하라'는 문구가 나왔다. 내가 제일 못하는게 그건줄 어찌 안거지. 항상 어중간한 인생 사는 사람에게 best는 너무 어려운 목표다.

    오후 필드트립은 호놀룰루 동물원이다. 숙소에서 카이마나 비치까지 걸어가는 길에 자주 봤는데 필드트립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땡볕에 그늘없는 실외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또 머리가 아찔해졌지만 호랑이를 생각해서 텐션을 올렸다. 얼른 들어가서 호랑이만 보고 기념품샵에 죽치고 있을 예정.

    동물원에 입장했는데 동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해보니 얘들도 더워서 한낮에는 집 밖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원. 또 신기한 점은 철창이 있는 우리가 있고 없는 우리가 있었다. 심지어 공작은 그냥 동물원의 공원 한 가운데에 방생되어 있었다. 이래도 애들이 도망은 안 가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도망가도 별 지장없겠다 싶었다. 섬 전체에 닭들이 깔려있는 마당에 길에 공작이 있다고 누가 이상함을 느낄까.

    빨리빨리 앞 루트를 스킵하고 호랑이 구역으로 갔다. 갔는데 공사중이다. 안에서 지푸라기를 치우고 있는 직원에게 호랑이는 어디갔냐고 물으니 유지보수 작업때문에 '그녀'는 내부에 감금되어있다고 말해줬다. 아니 호랑이 하나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한테 호랑이가 없다고 그러면, 호랑이 덕후인 나는 어떡하라고 흑흑. 이렇게 된거 그냥 한바퀴 빠르게 휙 돌기로 맘 먹었다. 펭귄도 보고.. 기린도 보고... 그렇지만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아쉬운대로 동물원 기념품 샵에서 호랑이를 찍어보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동물인형이 많다. 나는 왜 이렇게 Fluffy들을 좋아하는 걸까? 엄마가 어렸을 때 인형을 안사줘서 결핍이 있는게 틀림없다. 살까 잠시 고민했지만, 호랑이 덕후라고 집에 호랑이를 잔뜩 데려다놓는 것은 너무 촌스럽기 때문에 관뒀다.
     동물원은 4시에 문을 닫는데 다른 인원들이 40분까지 집합장소에 모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인원체크를 위해 혼자 먼저 출발할 수도 없는 상황. 그나마 에어컨 아래에서 Nick과 떠들고 있었기에 불쾌지수를 낮출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날 일정이 끝나고 한 친구가 일사병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역시 핵심동물만 챙기고 도망친 내가 현명했다.

     저녁에는 투여니+Jerry와 함께 서핑강습을 받았다. Groupon과 서핑 바우처 문제로 심각하게 얽혀있는 상태지만 일단 Jerry의 바우처에 꼈다(Groupon과의 싸움은 따로 글로 쓸 예정). 오늘 오전에 급작스럽게 정해진 일정이지만 그래서 더 신났다. 나는 확실히 P다. 인생 첫 서핑인데 과연 종이인형인 내가 팔랑대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인지.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기고 만신창이인 상태로 기념샷. 업체는 모쿠서프에서 서핑을 배웠는데 강습이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고 느꼈다.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서핑강습 자체가 그렇다. 강사의 역할은 3할이고 7할은 본인 재량. 기본 자세를 배우고, 파도가 오는 위치까지 패들링해서 먼 바다로 나가고, 그 다음은 파도를 느끼면서 본인이 균형을 잡아 서야한다. 언제 서야하는지 같은 타이밍은 파도가 몸을 밀면서 알려주고, 패들링은 철저하게 각자의 체력과 근력에 달린 것이라 크게 배우는게 없다고 느꼈다. 차라리 서핑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잠깐 배우는게 나을 듯하다. 모쿠서프는 원래도 유명하고 한국인 직원분도 있어서 소통하기 매우 편했다. 추천한다. 업체분께서도 본인이 많이 타보는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하셨다. 하와이에 한달살면 장인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이셨다. 제가.. 그게 가능했으면.. 살았겠죠…^^

     수영복은 엉망이 되었다. 서핑보드에 발려있는 왁스가 닿는 면적마다 묻었기 때문. 뜨거운 물에 살살 빨았더니 사라지긴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좀 남아있다. 외국인들이 왜 손바닥만한 비키니를 입고 서핑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Jerry는 첫 강습 이후로 증발해버리고, 큰여니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옆의 외국인이 겨우 살려줬지만 나는 재밌었다. 바다의 즐거움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낀 하루였달까? 저녁이 될수록 파도가 거세지는게 느껴져서 좀 무서웠다. 전날인가 사감님께서 하와이쪽에 태풍이 접근하고 있어 바다가 심상치 않다고 하셨는데 그 영향이 있는것 같았다.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드만 빌려서 혼자 해보고 싶다. 5년내로 하와이 와서 또 타야지.

    ps. 다음날부터 극심한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공통적으로 남자들은 갈비뼈가 아프다고 하고, 여자들은 가슴이 있어서 그런가 갈비뼈는 괜찮았지만 골반뼈에 멍을 호소했다. 그 외에도 다리에 멍이 한가득이다. 의외로 패들링 한다고 휘적댔던 팔은 아프지 않았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참고하시길.
    하와이 10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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