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와이 11일차 - 목'
    호랑이 메뉴/하와이 2023. 8. 15. 21:10

    글을 쓰다보니 IMPAC에 걸어가는 날이면 항상 이 가로등을 기준으로 사진을 찍은 듯 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쯤에 올때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하나보다. 11일차 아침 시작.

    오늘은 발음에 대한 코칭이 있었다.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아일,, 아일,, 아일,, 끔찍하다. 그렇지만 언어를 탓해서 무얼하나. 내가 적응을 해야지. 외국어 발음이 좋아지려면 한국어를 버려야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를 들자면, 'how are you?'를 '하오 알 유?'로 한국어로 인식한뒤 그대로 발음하기 때문에 한국어 억양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음이 좋은 사람들은 귀가 좋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었다. 굳이 발음을 이해하지 않고 귀에 들리는 그대로 뱉기 때문이라고. 타당한 주장이라 생각된다.

    1교시 끝나고 또 배고픔을 참지 못해 냅다 Surfers bakery로 뛰어갔다. 오늘의 픽은 소금빵이다. 어제 에그타르트 사진 찍는걸 까먹어서 오늘은 찍어달라고 재재에게 부탁했다. 맛은 한국의 맛 그대로다. 재재는 오늘도 스타벅스로 향했다. 밀크티를 못 마시더니 pinked dream?이라는 음료에 꽂혀있다. 한 입 먹어봤지만 난 잘 모르겠다.

    왜 있는지 모를 팬더인형을 품에 안고 만지막거렸는데 저녀석, 털을 상당히 뿜어낸다. 흰 티가 앙고라 티셔츠가 되기 직전에 돌려놨다. 오른쪽은 재재의 페페 카드지갑을 보고 반한 프리실라의 모습. Advanced 반에서 팀게임은 져본 기억이 없다. 한국 주입식 교육 27년차 두명이 모였는데 누가 이길쏘냐, 애송이들! 더 배워와라!

    사진이 없는걸 보니 점심은 주주가 준 컵밥이거나 햇반에 고추참치인가보다. 오후 필드트립은 Judiciary history center. 설명을 제대로 안 들어서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쓰이는 정부건물인지? 아니면 견학을 위한 용도로만 쓰이는지? 원주민들만 살던 하와이에서 법의 체계가 세워진 과정과 최초의 재판, 재판장들 등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배울 수 있다고 했지 배웠다고는 안 했다.

    전날 A조 친구들이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해줘서 나는 후리스를 챙겨갔다. 약대 후리스를 이렇게까지 잘 입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거다. 준비가 부족했던 양 옆의 307호인들을 위해 팔 한쪽씩을 나눠주었다. 영상은 30분가량 봤는데 기억이 없다. 춥고 어둡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안 자면 내가 아니다.

    이후에는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옛날에 실제 쓰이던 재판장에서 각자 역할을 부여받고 하와이 최초의 재판을 재연해보았다. 간략하게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면, 하와이에 법정이 생기고 땅에 대한 소유권이 생기던 격변의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본인의 영지에서 시도때도 없이 풀을 뜯어먹는 소를 팔아버린 피고소인, 땅은 모두의 것이다고 주장하는 고소인 사이에 배심원 재판이 열렸다. 나는 피고소인을 재재는 나의 변호인을 맡아 대본대로 극을 진행했다(결론적으로 패소한 것을 보니 썩 실력있는 변호사는 아닌 것 같다).

    정면에서 건물 한 컷
    맞은 편에 보이는 정부건물. 정부건물일걸..?

    그동안 너무 강행군으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든 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재재와 둘이 카페에 가서 노닥거리고 밀린 일기를 쓸 예정이었다.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누군가 비둘기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한국에 캣맘이 있다면 미국에는 비둘기맘이 있는걸까? 접근하기 싫어서 멀리 떨어져있는데 재재는 가서 앉았다. 저 사이에 앉아있는 모양새가 하와이 홈리스가 따로 없다.

    내가 찾아놓은 ALOH Health Bar & Cafe에 갔다. 노트북 들고 죽치는게 실례는 아닐까 했지만 주위를 보니 이미 판을 벌려놓은 외국인들이 많았다. 메뉴를 주문하고 자리앉았는데 같은반 친구 발견. 너무 놀랐지만 그다지 대화를 못해본 상황에서 수다를 떨 기회가 생겨 좋았다.

    아보카도 토스트와 아사히볼 small 사이즈를 주문했다. 단언컨대 하와이에서 먹은 브런치 중에 가장 맛있었다. 아보카도 토스트는 한국에서 따라 만들고 싶어서 분해해서 재료를 살폈는데 빵과 아보카도 사이에 발린 잼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맛잘알 재재에 따르면 무화과잼이 틀림없다고 하는데 도전해봐야겠다. 아보타도 위에 뿌려진 후리카케가 적당한 짭조름함과 식감을 살려준다. 카페 사장이 한국인이라는 리뷰를 봤는데 그래서 양도 적당하고 입에도 잘 맞았다.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

    다 먹고 일기 쓰는데 진도가 안나가서 답답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글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먼저 해치운 재재는 혼자 동네를 둘러보겠다며 나갔다. 그때부터 스피드 붙이고 20분컷으로 일기 한편 완성. 하나라도 써서 다행이다.

    International market place에 플리마켓이 열려서 구경했다. 중심부에서 프라이빗 공연이 열린다고 막혀있었는데 2, 3층에 가니 다 보였다. 접근을 막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 이 동네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현지인이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이곳 저곳 들어가서 소품들을 구경하다 펭귄 발견. 생긴게 우리집 애들이랑 비슷해서 찍어봤다. 그렇지만 역시 우리 애들이 더 귀엽다.

    저녁은 마루가메 우동을 먹기로 했다. 매일 미루다가 귀국전에 못 먹을 것 같아서 각잡고 갔더니

    줄이 미쳤다. 나는 기다리고 싶어 재재의 눈치를 슥 보니, 재재도 맛집 웨이팅을 잘 참는 타입이라 길게 말 할것 없이 대열에 합류했다. 왔으면 먹어야지. 다행인 점은 식당의 회전율이 높고, 이 줄이 주문 대기줄이지 식당 테이블은 많이 비어있었다는 것이다. 걱정보다 빠르게 줄이 줄어 들었다.

    마루카메 우동의 시스템은 주문-배식-튀김주문-결제-식사로 이루어진다(가서 겪어보면 배식이 맞는 표현임을 느낄 수 있다). 기본 우동이 아니면 짜다는 말이 많아서 소심한 나는 기본을, 우동을 못먹는 재재는 고기덮밥을 골랐다. 음식자체는 주문하자마자 바로 준비되는데 계산대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덕에 면이 불어서 먹을 때 아쉬웠다. 맛은 깔끔하고 좋았다. 하와이에서 이 가격에 식사하기 쉽지 않은 것도 만족감에 한 몫했다. 튀김으로는 각자 계란과 버섯을 골랐는데 요 두놈이 아주 요물이다. 위장이 작은것을 슬퍼하며 오늘도 우리는 음식을 남겼다. 하와이안들.. 음식 양좀 줄이고 가격도 낮춰달라...

    바로 건너편에 듀크스 마켓이 있어 식사 후에 잠시 들렀다. 내 생일에 투여니들이 케이크를 여기서 사다줬는데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 한번 더 살까 찾아봤다. 그리고 가격을 봐 버렸다. 내가 보고 있는 이 가격이 맞나 싶었다. 죄책감이 들기 시작. 여행지에 와서 본인들 쓸 돈도 부족할텐데 미안해져서 나도 뭔가 줘야겠다 생각했다. 재재가 발견해낸 기프트샵에서 파인애플 푸를 두마리 구매했다. 각각 엄마랑 큰여니한테 줄 생각이다. 이 당시만해도 큰여니가 혼자 케이크를 준비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고보니 작은여니랑 같이 구매한거라 나중에 작은여니도 주겠다 약속했다.

    버스를 타고 알라모아나 쪽에 있는 돈키호테에 방문했다. 하와이의 돈키호테라니!

    마트 수준의 크기다. 식료품, 공산품, 수입품이 모두 있다. 미국 마트치고는 일제의 비율이 높구나 싶었고 중간중간 한국제가 침투(?)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와이에 와서 과일을 못먹었더니 들어가자 마자 사과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개당 가격을 듣고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이봉이 사고 싶어서 돈키호테에 방문했는데 아이봉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스팸만 잔뜩있다. 다른 블로그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돈키호테에 모든 종류의 스팸이 있고 가격도 제일 저렴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저 중에 한가지 맛을 재재가 나중에 사야겠다고 했는데 샀는지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마트를 둘러보니 일제가 많지만 물건너 온 물품들이라 가격이 매우 비싸다. 하와이 돈키호테에서는 일제가 아닌 미제를 사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돈키호테에서 나오는 길목에 가챠기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평소 공인된 인형뽑기 고수라고 말해왔던 재재의 실력을 볼 수 있나 기대했건만 기계가 돈을 받아주지 않았다. 또 다시 다음 기회에.. 밖으로 나오니 길이 어둡고 꽤나 무서운 동네다. 빠르게 숙소로 복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 무슨 이름이 저따위인가 생각했던 수퍼는 알고보니 복선이었다지.

     

    11일차 일기 끝.

    '호랑이 메뉴 > 하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와이 13일차 - 토'  (0) 2023.08.25
    하와이 12일차 - 금'  (0) 2023.08.16
    하와이 10일차 - 수'  (0) 2023.08.13
    하와이 9일차 - 화'  (0) 2023.08.08
    하와이 8일차 - 월'  (0) 2023.08.06

    댓글

Designed by Tistory. Courtesy of Asan City for the header 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