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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알 가공 후기
    호랑이 메뉴/일상기록 2024. 3. 10. 16:10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예정

    2월 23일 금요일 6pm 라섹수술 진행

      눈 검사를 했을 때 라섹, 스마일라식 모두 가능한 상태였다. 수치는 다 버려서 명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적어보자면

    시력 0.06(중등도 근시): 시력이 고정된지 3년 이상된 상태.
    난시(~1.0 이내): 심하지 않은 난시.
    동공크기(6.1-3): 수술 후 빛번짐 부작용을 겪을 확률과 연관됨. 나는 대한민국 평균범위에 포함.
    각막두께(525정도):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대한민국 평균범위.
    특이사항: 눈알이 약간 평평한 형태(?) 그러나 수술에는 지장 없음.

     

      어렸을 때는 난시가 매우 심했는데 크면서 근시가 생기고 오히려 난시가 줄어들었다. 시력에 소수점 두 자리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고 대한민국 평균 중에서도 평균에 속하는 눈알이라는 말이 웃겼다. 시력교정술은 20대 중후반에, 3년 이상 시력이 고정된 상태일 때가 가장 적기라고 한다. 더 일찍 수술한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그때 하면 오히려 근시퇴행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의도치 않게 기분이 좋았다.

     

      라섹과 스마일 라식은 100만 원 정도 비용차이가 났다. 나는 비용은 무관했고 어쨌든 예후가 좋은 쪽으로, 부작용이 적고 시력 및 고해상도가 유지되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의사에게 수술 추천을 부탁했지만 5:5로 둘 다 완전 상관없는 수술하기 최상의 눈이라고 하셔서 선택장애인 나에게는 정말 고역이었던.. 이런 눈도 또 드물다고 했다. 차라리 선택권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수술을 받을 예정인 의사분이 예전부터 라섹의 대가(?)로 이름이 있으신 분인 것 같아서 라섹을 골랐다. 라섹이 시력회복에 시간이 걸리는데 그래도 나는 출근까지 10일의 여유가 있었고 그 정도면 업무 수행이 가능한 시력까진 올라온다고 했다. 믿고 올레이저 라섹으로 진행.

     

      눈을 마취하고 수술 시간은 10분 이내였다. 인생 첫 수술이라 매우 긴장했더니 표정관리가 안되더라. 난 이때 처음 알았다. 내가 긴장하면 얼굴 근육을 제대로 못 두고 자꾸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ㅋㅋㅋ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누워서 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내 표정을 다 봤을 텐데 가만히 있질 못하니까 나보고 긴장되냐고 물어주셨다. 금방 끝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으나 의사가 들어올 때까지 ADHD 마냥 굴었던 내가 부끄럽다. 수술이 시작되고 초록 불을 끝까지 보라고 하셔서 인생 최대의 집중력으로 미동 없이 노려봤다. 옆에서 간호사 분이 초를 세고 작았던 초록 불은 레이저가 각막을 잘라낼수록 점점 크게 변했다. 그리고 뭔가 차가운 젤을 눈알에 슥삭 했더니 엄청나게 선명한 해상도로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게 신기하더라. 의사가 보통 수술 중에 환자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라 하던데 나는 진짜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문제 생길까 봐 얼마나 불안했던지. 보호렌즈를 붙이고 수술 끝! 결과를 보기 위해 15분 정도 누워서 클래식을 감상하면서 쉬는데 고새 잠들었다. 라벨의 파반느가 너무 감미로워서 헤헤. 수술 잘 끝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안약을 산더미처럼 들고 집으로 귀가. 통증은 하나도 없었다.

     

    24일 토요일 6pm (24시간 경과)

      1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열심히 자가혈청안약을 넣었다. 소염제와 스테로이드 안약은 하루 4번 시간간격을 지켜서 넣었다. 약사의 안약 넣는 정석을 잠깐 써보자면..

    1. 안약의 순서는 무관하지만 하나를 넣었다면 5분 간격을 두고 다음 안약을 넣을 것
    2. 안약을 넣을 땐 눈에 닿지 않도록 주의!
    3. 안약을 넣었다면 잠시 비루관을 잡고 몇 초간 눈을 감고 있는다(안 그러면 넣은 안약 비루관으로 슥 다 빠져버림)

     

      

    수술 24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없어서 신기했다. 2~3일 차가 가장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아직 절정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일단 집에서도 하루종일 선글라스 끼고 컬투쇼 웃긴 사연 베스트만 들었다. 일주일간 취침 시에는 보안경을 사용할 예정이다.

     

    25일 일요일 9am

      어제 하나도 안 아파서 룰루랄라 했는데 개지랄이었다. 역시 밤 수술이라 기준 시간(48시간)이 지나지 않음+회복속도 저질체질 이슈로 인하여 일요일 아침부터 눈 시림이 시작되었다. 고통을 비유하자면, 아침에 선크림 바르고 저녁에 씻기 싫어서 밍기적거리다 선크림이 녹아 눈에 들어간 느낌이다. 대신 한통이 다 들어간 수준? 일단 아침에 건조함에 눈이 붙어서 인공눈물 몇 방울을 넣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고통 때문에 C에게 슬픔을 잔뜩 토로하고 아점저 모두 처방받은 진통제를 다 먹었다. 3회 분량밖에 안 받았는데 내일도 아프면 그땐 뭘 먹지? 인공눈물을 하도 많이 넣어서 그런가 눈이 퉁퉁 부어서 뜨기가 힘들었다. 눈 시림 때문에 아파서 못 뜨는 건지 부어서 못 뜨는건지 사실 구분이 안된다. 스마일라식 할걸 절실하게 후회.

     

    26일 월요일 3pm

      오늘은 고통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 눈이 아파서 하루종일 잠만 잤더니 밤에 선잠을 자서 피곤하다. 오늘도 선글라스를 끼고 칩거했다. 눈 고통은 없지만 시야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 장님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과연 내일도 이럴 것인가. 그리고 장님으로 쓰고 있는 다이어리의 글씨 상태도 궁금하다. 27일은 채용 건강검진이 예정되어 있는데 큰일이다.

     

    27일 화요일 1pm

      공복유지하여 8시까지 건강검진을 받으러 다녀왔다. TMI지만 그동안 163인 줄 알았던 내 키는 165.4cm였다! 이 키면서 그동안 옷들이 2~3cm씩 길었던 걸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우리나라 평균키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개같은 29cm. 오늘은 수술한 지 (24hr*4D)시간이 경과한 상태라 세수가 가능했다. 호기롭게 물로 퍽퍽 세수하다 오른쪽 보호렌즈가 빠질뻔했다. 렌즈가 약간 어긋난 순간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병원에서 렌즈 빠지면 충격적인 고통이 올 테니 그렇게 조심하라 당부했건만 흑흑. 벌겋게 부은 눈에 인공눈물을 때려 넣고 소독한 손으로 슬쩍슬쩍 밀고.. 어떻게든 제자리에 옮기려고 노력했다. 곧 평화를 되찾았지만 수술 후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다. 병원에 전화해 보니 더 이상 증상이 없고 렌즈가 빠진 것도 아니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데 잘 낫고 있던 오른쪽 눈에 뭔가 손상이 있을까 무서웠다.

    ps. 병원에서 선글라스 끼고 검진받다가 힙스터가 되었다. 시력은 0.3

     

    28일 수요일

      휴대폰이 보이기 시작해서 유튜브를 미친 듯이 봤다. 중간중간 이성을 찾고 눈 감은채 쉬긴 했지만.. 슬슬 컬투쇼가 지겨워지던 와병생활이 유튜브 하나로 윤택해지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힘이란..! 시력교정술을 받을 예정이라면 눈 감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미리 쌓아둬야 한다. 한 시간 간격으로 자가혈청안약을 사용했더니 일주일도 안되어서 두통을 소진했다. 7일 이내 사용해야 했기에 뿌듯했다.

     

    29일 목요일 6pm (24hr*6일 경과 시점)

      보통 보호렌즈를 끼고 일주일 뒤에 검진을 받는데 나는 공휴일 이슈로 6일에 검진받게 되었다. 그래도 최대한 미루기 위해 6시로 예약했다. 안과에서 보호렌즈를 제거하고 검진을 받는데 각막 상태가 좋다고 칭찬받았다. 먹고 자고 눈감고 라디오만 반복했는데 좋아야지 그럼. 렌즈가 빠질 뻔했던 오른쪽 눈이 긁히진 않았는지 더 봐달라 할걸 싶었지만 어련히 알아서 의사가 봤겠지 싶었다. 의사가 이번 주말부터는 액션을 제외한 영화를 봐도 좋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들이 액션을 보면 눈을 안 깜빡이기 때문이라고. 보호렌즈를 제거하면 건조함이 증가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기 때문에 건조해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 이거 지루한데 딴 거 볼까' 싶은 영화만 보라더라ㅋㅋㅋ 게임을 해도 무관하다는 답도 얻었다! 게임 때문에 시력이 돌아오는 게 늦어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계속 촉촉한 눈알을 유지하는 데에만 노력하라고 했다.

    스테로이드와 보안경 중단. 소염제는 하루 3회로 처방 변경. 한 달 뒤로 2차 검진 예약.

     

    3월 8일 6pm (2주 경과)

      수술한 지 2주가 지났다. 이제는 화장도 가능한 시점이다. 여전히 소염제는 하루에 3번씩 넣는 중이다. 업무를 하는 지난 일주일이 매우 불편했다. 1-2주간 시력에 변동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내 예상보다 시력회복 속도가 너무 늦다. 컴퓨터 화면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를 꼬박꼬박 쓰고 인공눈물도 잘 넣고 있는데 왜일까... 한 달 뒤에 검사할 때 1.0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두렵다.

     

    3월 22일 (4주 경과)

     수술한 지 1달째다. 하루 내에 급변하는 시력변동을 느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초점이 잡히지 않아 업무에 지장이 있고 퇴근 이후 시력이 상승한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눈이 잘 안보이니 불편하다. 컨디션에 따라 시력이 변한다던데 설마..? 는 그저 뇌피셜이고 촉촉한 안구를 유지하는게 회복에 중요한데 내 업무환경이 유독 건조해서 회복이 느린 것 같다. 흐린 눈을 극복하기 위해 반나절동안 때려넣는 인공눈물이 4개정도 된다. 교정술 이후 6개월 동안은 인공눈물이 비급여인데 소비량이 많아서 고민이다. 그렇지만 생활은 해야지.. 출퇴근 시에 선글라스를 한몸처럼 끼고 다니다가 다른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받았다.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병원에 다니니 성형수술 받으러 의료관광온 중국인 같다나. 이거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 흑흑. 다음주에 안과진료가 예약되어 있는데 경과가 어떨지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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