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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프랑 (Little Franc)음식탐닉 2019. 2. 12. 01:04
지난 번 '홉스피제리아 (Hob's Pizzeria)'에 이어서, 정기적으로 월요일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이기로 정한 호랑 씨와 두껍 씨. 당시는 월요일은 아니었지만, 이젠 월요일밖엔 시간이 나질 않는다. 이번에 가기로 한 '리틀프랑 (Little Franc)'보단 '달미꼬꼬 (Dal Me Cocco)'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 호랑 씨가 미쳐 있었던 관계로, 상대적으로 리틀프랑에 대해선 조사를 좀 덜한 편이다.
아니, 실은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었다. 호랑이는 어떨는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아는 것 없이 방문했다. 그렇다고 조사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혼자 조사 안 하고 놀았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적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맛집 점수를 기록하는 6-7가지 사이트·앱의 정보를 모아 통계를 내다가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값을 얻어내지 못해 크게 실망했던 이유로, 리틀프랑에 대해 간단히 찾아 보았지만 머리에 남진 않았던 것이다.
막상 방문해 보니 홉스피제리아보단 가격이 저렴해 이것저것 열심히 찾을 당위까진 없었지 않나 한다. 테이블은 약 10개로, 총 40석 정도 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방학인데도 반 정도가 차 있었으니 꽤 찾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
메뉴는 아래와 같다. 사이드에 있는 그린 샐러드는 이름이 무색하게 초록채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커틀릿과 함께 나오는 양배추 채의 양을 두 배에서 2.5배까지 불려 놓은 것을 상상하면 쉽다. 나는 전혀 몰랐으므로 일단 주문했다.
- 봉골레 오일 8,500원
- 그린 샐러드 w/ 유자 드레싱 2,000원
- 로제 리조또 7,500원
일단 싱싱한 초록 풀떼기가 없어서 다소 아쉬운 채로 시작했다. 샐러드 드레싱은 좀 특이했는데, 유자와 블루베리가 함께 들어가 잘 어우러졌다 (나중에 메뉴판 뒤를 보니 '리얼 블루베리 유자 드레싱'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파스타가 곧이어 나왔고, 몇 분 후에 리조또도 같이 나왔다.
다른 포스팅 보면 큰 조개도 같이 나오던데, 철이 아닌지 뭔지 몰라도 양으로 승부하고 있는 현황.
호랑 씨가 좋아하는 봉골레 비앙코. 여기 대표 메뉴는 닭고기가 들어간 크림 파스타. 하지만 봉골레 더쿠 호랑 씨가 그걸 선택할 리 없다.
작은 바지락을 사용했지만 (호랑 씨가 심심해서 세어 본 결과) 22개나 되어 크게 부족함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하나하나 떼어 먹는 게 귀찮았다고). 면은 초보자인 내가 눈으로 보기에도 일반 스파게티 면보다 살짝 굵다는 게 느껴졌다. 호랑 씨는 먹어보고 확신했는데, 내겐 없는 재능이다. 청양고추로 매운 맛을 살린 이 파스타가 더욱 특이한 점은 면이 유별나게 하얬다는 것. 면만 창백한 필터가 씌워진 것처럼 채도를 잃어 있었다. 오일을 넣지 않았나 싶을 정도. 한편, 나는 이 파스타 끝맛이 살짝 특이하고 뭔가 해산물 느낌이 나서 아찔도 했는데, 호랑 씨는 살짝 짜다고 말해 주었다.
리조또는 사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이것은 보르쉬의 질감인가 카레의 질감인가, 거의 반쯤은 국이라고 불러도 될 성싶었다. 처음 보는 외관에 시각적으로 다소 놀라 있었지만 맛은 또 중독성이 있어 배가 고프지 않다던 두껍 씨는 혼자 거의 다 먹어 버렸다. 그 때문에 거의 먹지 못했던 호랑 씨가 두껍 씨에게 앞발을 휘두를 뻔했다는 이야기.
베이컨과 양파가 같이 씹힐 때 이 조화는 괜찮구나 절로 느꼈고, 들어 있는 새우 두 마리는 호랑이 님께서 냠냠츕츕하시었다.
주방장이 '르 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에서 수료했다는데 누군가 궁금해 하며 지켜봤다. 키친이 개방형이라 분주히 움직이는 점원들이 테이블에서 쉽게 보였는데, 세 명 정도가 조리에 여념이었다. 다들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만 있으므로 물 같은 건 셀프다. 알아서 가져다 먹어야 한다. 이 저렴한 가격엔 잔에 물을 채워 주지 않는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을 바라고 저렴한 곳을 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밥과 샐러드는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고, 전 메뉴 포장도 된다.
리틀프랑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 50
양식 - 이탈리안. 11:30-21:30.1 ★★★☆☆ (3.2)
2 ★★★☆☆ (3.1)
3 ★★★☆☆ (3.0)
4 ★★★☆☆ (3.4)
*: 1 맛, 2 서비스, 3 분위기, 4 가성비
어디에나 '부산대 맛집'이라고는 적혀 있긴 하지만, '맛집' 본연의 의미는 아닌 것 같다는 게 두 사람의 중평. 가격이 싼 편이라 파스타 면이 씹고 싶다 우적우적, 같은 기분이 든다면 마음 편히 가 보자. 사실 파스타보단 리조또 때문에 재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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