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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 커피 세미나
    음식탐닉 2019. 3. 27. 19:55

    스타벅스 각 매장에서는 가끔 '커피 세미나'라는 것을 한다. 이런 행사를 한다는 걸 아는 것은 쉽지 않은데, SNS나 홈페이지 등에 따로 공지되는 게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오직 행사가 이루어지는 매장의 커뮤니티 보드 (Community Board)에만 곧 할 것이라는 일정 공지가 적혀 있다. 거의 매달 있는 이벤트임에도 조용히 지나가는 이 커피 세미나. 궁금하다. 소규모로 진행되어 아는 사람이나 알음알음 신청하는 이벤트. 궁금하다. 그래서 참석해 보았다.

     

     

    시작하는 시각은 공지되어 있었지만, 시간에 구애받거나 하는 딱딱한 형식은 아니었다. 세 분이 신청했다며 한 분을 좀 더 기다려 보자며, 오늘의 강사가 입을 떼었다. 10분쯤 있다가 뜨거운 물과 함께 다시 등장하신 까만색 커피 마스터 옷을 입으신 파트너[각주:1]는 개략적인 오늘 일정을 소개해 주셨다.

     

    보드에 적혀 있던 커피 세미나 그 글 밑엔 커피의 산지 등 살짝 학구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러니까 감각으로 배우는 것보다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와 비슷한 느낌의 주제가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테이스팅이 주가 되는 듯했다. 행사 성격도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가 있었다. 그만큼 커피에 지대한 관심이 없어도 마음 편히 참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 두 종류를 프레스 방식으로 내려 마셨다. 프레스는 크게 두 방식이 있는데, 조금 더 친숙한 '프렌치 프레스' 방식. 또 다른 유명한 것으로는 '에어로 프레스'가 있는데, 둘 다 스타벅스에서는 만나 보기 힘들다. 단, 프렌치 프레스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주문을 받는다. 에어로 프레스는 프렌치 프레스와 내리는 방법 자체는 비슷한데, 기구가 좀 차이난다. 특히 종이 필터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프렌치 프레스와 핸드드립 사이에 위치하는 듯하다. 프렌치 프레스는 핸드드립으로 마실 때의 원두보다 조금 더 거칠게 분쇄한 커피 분말을 추출기구에 넣고 물을 붓고 나서 4분을 기다렸다가 기구의 피스톤을 눌러 커피 분말을 가라앉히는 방식. 그게 전부이다. 그렇게 따라서 마시면 된다. 굉장히 간단하다.

     

    심지어는 핸드드립보다 쉽다. 물론 담당하신 파트너분께서 근무 8년차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방식보다 훨씬 쉬워보였고, 또 실제로 쉬웠다. 이렇게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하면 원두와 물이 더 오래 접촉하여 풍미가 살아 있고 더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커피기름이라고도 불리는 지방 성분이 걸러지지 않고 커피에 녹아나오기 때문이다.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내리면 카페인도 더 많은 편이니 여러모로 평소보다 더 많은 성분들을 느끼는 셈.

     

     

    거기다 오늘 비교했던 원두는 에티오피아와 스타벅스의 인기 싱글 오리진인 케냐 AA. 둘 다 에스프레소 블렌딩과 달리 미디움 로스팅이라 더 향이 살아 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로, 지리적인 조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파트너가 말씀하신 것처럼 향은 비슷했다. 케냐가 조금 더 산뜻하고 과일 맛이 강조되어 있다고 한다면, 에티오피아 쪽은 그런 느낌은 덜하고 대신 수분을 잔뜩 머금은 흙의 내음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케냐 쪽이 활발히 날뛰는 쪽이라면 이쪽은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하다.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로 에티오피아가 나온다면 에티오피아도 고려해 볼 만큼 괜찮은 만남.

     

    하지만 의식하고 맡아야 그런 차이가 느껴지는 미개한 코와 입을 가진 나. 사실 과일 향이 온전히 느껴지는 경험에선 다크 로스팅을 고집하는 스타벅스보다는 서울 커피앳웍스 (Coffee@Works)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스 디바 (Espresso Diva) 블렌딩이 생각났다. 테이스팅은 스타벅스에서 하고 있음에도.

     

    사실 나나 호랑 씨가 좋아하던 스타벅스의 케냐 AA 싱글 오리진 맛은 이것보다는 산미가 덜하고 바디감이 더 잡힌 맛이다. 조금 덜 활기차고 쓴 맛이 더 살아 있는 맛. 호오, 이게 진정한 케냐 맛인가. 그렇다면 좀 덜 좋아하려나 싶었는데, 시간을 두고 다시 따라 마시니 또 다른 맛이 났다. 익숙한 그 맛. 원두와 물이 더 오래 접촉하면 진해지기 때문에 따라둬야 한다고 파트너도 말씀하셨듯, 실제로 머그잔에 따를 때마다 다른 맛이 났다. 혀가 둔한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기 중에 커피를 방치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의 변화.

     

    한편으로 "진해진다"는 표현은 어떤 것을 의미했을까. 산미가 중심이 되는 케냐인 만큼 더 신 느낌이 강조되지 않을까 했는데, 놀랍게도 산미가 죽고 무거워졌다.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가 한 모금 마시고는 놀라 무심코 "산미가 죽었어요."라고 했는데, 동의의 끄덕임 없이 파트너도 한 잔 담아 마셨으니. 그리고 정말 그렇다며 공감하셨다.

     

    커피와 곁들여 먹을 케이크도 제공되어 좋은 기회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바리스타들 이야기도 듣고 블랙 이글의 대단함과 더 대단한 가격에 관해서도 듣고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다. 케냐 원두는 사이즈로 분류되는데에 반해 에티오피아의 원두는 결점두 비율로 등급이 나뉘는 것도 신기했다. 로스팅의 종류나 정확한 품종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다면 더욱 재밌었을 것 같다. 커뮤니티 보드를 잘 살펴보자!

     

    1. 스타벅스에선 바리스타나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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