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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뽐뿌를 해결해서
    Tale 2020. 12. 1. 13:34

    코로나19 검사용 swab kit만큼 수요는 폭발, 공급은 영 시원찮은 게 또 있다. 바로 최근의 노트북이다. 그중에서도 AMD의 가장 최신 APU인 르누아르 (Renoir)를 쓴 랩탑. 이름부터가 마음에 든다. 한창 잘 나가던 예전엔 별 이름으로 네이밍하더니 지금은 2세대 피카소에 이은 화가 시리즈다. 내년 초에 발표한다는 Intel을 뭉개 놓을 또 다른 아이템은 아마 세잔 (Cezanne)일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걸 적냐고. 그야 10-20년만에 겨우 AMD가 인텔을 때려눕히고 있으니까.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Intel v. AMD

    AMD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인텔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에서 계속 도태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얼마나 AMD와 인텔의 각축전이 대단했는지 당시 나도 열심히 이슈를 팔로업하면서 벤치마크나 루머마다 열심히 살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생생한 건 불도저라는 마이크로아키텍처를 AMD가 발표했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멀티스레딩이라는 개념을 프로그램이 온전히, 혹은 거의 전혀 구현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즉, 싱글코어 성능이 우세한 인텔이 짱), 불도저는 그게 인텔보다 훨씬 낫다고 온갖 언플을 해댔다. 발표 이후 성능은 기대 이하를 넘어서서 바닥 밑에 바닥이라는 말에 딱 부합하는 케이스가 되었고, 먼저 나온 샌디브릿지는 희대의 CPU가 되어버린다. 하필 샌디브릿지가 인텔의 마지막 메이저 업데이트격 CPU가 되면서, 그 뒤로 공정이나 아키텍처 측면에서 발전 속도가 현격히 늦춰진 인텔은 2020년이 되어서 AMD에게 말도 안 되는 역전을 허용하고 만다.

     

    불도저는 발열도 문제였고, 데이터 병목도 문제였고, 멀티코어 성능도, 싱글코어 성능도 뭐 하나 인텔을 이기는 게 없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싸게 팔았고, 가엾게 본 몇몇 AMD 팬들만 구매해줬다가 그들 꼴이 가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르누아르와 인텔의 10세대, 11세대 CPU의 관계가 딱 그렇다. 상황은 완전히 같은데 주인공의 위치가 반대다. 인텔과 AMD가 대결을 벌여온 지난 몇십 년 동안 AMD는 인텔을 완전히 싱글코어로 눌러본 적조차 없는데 지금은 발열, 가성비, 전성비, 멀티코어, 싱글코어 모두 압도한다. 이기는 게 아니라 압도하고 있다.

     

    특히나 발열 문제 때문에 단시간 벤치마크에서는 인텔이 지더라도 실사용에서는 인텔이 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초장부터 파쇄됐고,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 등의 Quick Sync 등 아주 자그마한 필드에서의 사용례 외에는 모두 AMD의 최신 프로세서가 우세하다. 우세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가격도 더 싸서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지경이다. 퀵싱크 역시 잠시 렌더링할 때에나 유용한 것이지 이걸 기반으로 인코딩한 것을 결과물로 쓰기에는 제대로 인코딩한 것에 비해 실제 조악해서 유용성은 떨어진다. 최근 Adobe를 필두로 AMD 지원은 물론 OpenCL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 또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이런 결점이 해결되는 게 훨씬 빠르지, 인텔의 팹, 설계 문제가 더 빠르게 해소될 리는 없어 보인다.

     

    Renoir Shortage

    이렇게 줄줄 적어놨으니 당연히 AMD CPU 수요는 폭발해야 하는 게 맞겠지만 시장의 관성이 워낙 강한 분야라서 실로 그렇지만은 않다. CPU라는 것이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향유하는 물건이 그다지 아닌 터라 더욱 그렇다. 랩탑 CPU는 랩탑 제조사가 AMD로부터 물건을 받아서 그걸 기반으로 임베디드한 것을 소비자가 그제서야 만질 수 있는 구조라서 그 버퍼 때문에서라도, 또는 랩탑 일반 소비자 시장이 인텔에 오랫동안 호의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다른 측면에서 발목을 잡혀 현재 시장에 AMD 것을 쓴 랩탑이 거의 전멸하듯 한 상황인데,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한다. PC (모바일 PC) 포함 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제조 파운더리의 우선순위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첫째요, 코로나19로 인해 스마트 기기 수요가 폭등한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르누아르 랩탑은 용팔이들의 협잡질이 더해져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가격에 팔리고 있거나 (그러나 이렇게 비싸게 팔아처먹어도 인텔 랩탑보다는 가성비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게 공포스러운 대목이다) 예약판매로 들어간 형국이다. ZEN 2 기반 5700U와 차세대 아키텍처인 ZEN 3 기반 5800U 벤치마크를 보면 그 차이가 그리 크진 않은데, 이 점에서 르누아르는 예전 샌디브릿지와 같은 시대를 풍미한 프로세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AMD가 더 앞서나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격차보다 작게 좁혀질 일이 최소한 몇 년을 없을 거란 예상이다.

     

    나도 하나 쟁일까.

    아무튼 장황했는데, 그래서 급 랩탑 뽐뿌가 왔다. 시작은 호랑이가 도저히 자신의 선풍기 랩탑을 쓸 수 없다고 해서 (팬 소리가 선풍기보다 크고 무게도 선풍기인데 뜨겁다) 하나 골라준 게 시작이다. 최근 나온 애플의 M1을 쓴 것도 성능 하나는 일품이었지만 유저가 컴공이나 디자인 계열이 아닌데다 최근 Big Sur 업데이트 이슈를 보니 애플은 대체재가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아이패드 프로만 두 대 있고 애플워치에 아이폰만 주구장창 써온 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시장에 나와 있는 랩탑을 조사해서 제품을 추천해줬는데, 그렇게 추천해준 뒤 남아 있는 정보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이게 일단 주효했다. 조사한 게 아까워서 산다니 적고 나서 보니 말도 안 되지만, 이게 또 다르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 뽐뿌가 왔다. 조금 더 조사하게 된다. 어쩌면 "표"를 "완성"하고 싶은 그 기질 때문일지도. 내 데스크탑은 SSD를 하나 더 물리고 램을 추가한 거 빼곤 2011년 그때의 상태 그대로인데, 속도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익숙한 Win 7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한편 가장 유용히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 중 하나인 에버노트 (Evernote)가 이번에 메이저 업데이트 (사실 후퇴 수준의 쓰레기 업데이트이지만)를 하면서 Win 7 지원을 끊어버렸다. 대참사 수준의 발퀄 헬적화 쓰레기 업데이트이지만 기능 측면에서 괜찮은 부분 또한 상존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의 클라이언트에서는 업데이트를 해보고 싶었고 좀 사용해보고 싶었다. iOS에서 말고. 그러려면 Win 10을 써야 하는데. 백업하고 하는 건 다 귀찮고 역시 다른 기기가 하나 더 있으면 좋은데. 이게 두 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서술된 문체에서 알 수 있듯 두 번째 이유는 에버노트의 역대급 헛발질 업데이트 때문에 영 석연찮은 게 사실이다. 또, 아이패드 프로 그것도 12.9인치짜리가 두 대인데 랩탑을 구비하게 되면 아이패드 하나는 팔아야 하는 게 필연이지만 그렇다고 또 팔기에 적합한 아이패드가 없는 것 또한 문제가 됐다. 하지만 Notion도 데스크탑이 iOS 버전보다 훨씬 편한데. 하지만 최근 1.6.8 업데이트로 다중 선택 기능이 보완됐는데 (이건  그렇게 끝없는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Jump Desktop

    우연히 Jump Desktop이라는 앱이 할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원래 (iOS 기준) 19,000원짜리 비싼 앱인데 반값으로 판다고. 아이패드에서 켜져 있는 다른 PC를 원격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인데, 희한할 정도로 좋은 속도로 예전부터 유명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기울더니 결국 덜컥 구매했다.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도, 성능에 대한 우려도 아니었다. 웬 2010년에 만든 듯한 덜 떨어진 느낌의 pseudo-Skeuomorphism 아이콘이었다. 정말 못 생겼다.

     

    예전부터 원격으로 데스크탑을 활용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왔다. 스마트 기기를 쓰지 않던 시절엔 Teamviewer를 주로 썼고, 그 뒤 iOS에서 Windows로 접근하기 위해 VNC나 RDP 프로토콜 기반 다양한 프로그램을 써봤다. 마이크로소프트 것도 써보고, 구글 크롬과 Splashtop도. 놀라운 점은 Jump Desktop이라는 아이콘도 수상한 앱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고안한 프로토콜보다 훨씬, 정말 훨씬 빠른 레이턴시로 Windows 접근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얘네가 쓰는 fluid를 쓰면 밖에서 굳이 Windows 생산성 문제로 랩탑이 필요할 일이 없어진다. 색상 bit만 낮게 변경되는 것과 컴퓨터를 계속 켜놓아야 한다는 점만 뺀다면 굳이 돈을 들여 랩탑을 살 이유가 없다.

     

    너무 만족해서 지금은 랩탑 생각이 전혀 없다. 현재도 르누아르 랩탑 예판 이벤트가 활황이던데 어제 지르기 직전까지 갔던 나는 온 데 간 데 없고 평소의 게으른 나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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