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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문제 타임라인
    Tale 2021. 1. 2. 04:05

    왜 무릎이 작살났는가. 무릎 치료하기 딱 좋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벌써 몇 달째 (그것도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는데도 왜 낫질 않는가. 이런 호기가 또 올 줄 아는가. 뭐 그런 류의 질답을 혼자 주고받다 보니 충분히 글을 쓸 만하다 싶어서 적어본다.

     

    1. 5월부터 10월까지

    먼저 평소 러닝을 즐겨 까지는 아니고 그런 유산소 운동과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라는 배경부터 언급하고 시작해야 한다. 이 허물없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친한 친구라는 소리다. 앗 그러면 대단히 가깝다는 말이군요? 그렇다. 그래서 오래 안 봐도 그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러닝도 했다 말았다를 반복했다는 얘기다.

     

    • 5월: 러닝 7회 (총 49.2 km), 1 km당 평균 5분 41초
    • 6월: 러닝 8회 (총 34.8 km), 1 km당 평균 5분 18초
    • 7-8월: 러닝 6회 (총 36.7 km), 1 km당 평균 5분 28초

    이 정도 운동은 과잉이 아니었다는 설명을 위해 간단한 월별 기록을 첨부한다.

     

    이후 9월을 통째로 쉬었다. 문제는 10월. 첫 러닝에서 무릎이 아파와 6 km쯤에서 중단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외상 같은 게 일절 없었다는 것이다. 어디 부딪혀서 다친 게 아니다. 5일 뒤 4.2 km째 뛰다 다시 무릎이 아파 중단. 17일, 21일 마찬가지로 아파서 중단. 왜 아픈데 계속 뛰냐? 뛰지 않으면 아픈 걸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프지 않았다는 말. 잠시 아픈 거겠지 싶어서 뛰긴 계속 뛰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성급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해석을 해보면 과연 운동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3일도 뛰다 도저히 더 뛸 수 없을 것 같아서 2.3 km만 뛰고 그만뒀다.

     

    2. 뼈에는 문제가 없다

    답답해서 병원에 갔다. 이렇게 안 낫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렇게 통증이 생긴 것도 사실 드문 일이다. 11월 6일 집 근처 정형외과 전문의한테 갔더니 당연하게도 일단 X-Ray 촬영을 시킨다. 방사선 촬영에서 뼈에는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것도 예상한 일이다. 뼈에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아팠다 아프지 않았다 할 리가 없다. 문제는 그 해결방안까지 똑같았다는 점이다. 의사는 Aceclofenac을 처방했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자주 오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가는 게 귀찮아 두 번쯤 가고 가지 않았다. 개원의도 친절한 편은 아니었던 게 한 이유였을 것이다 (돈도 안 되는 염증 환자^^). 결국 일반 소염진통제나 투약한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돈 주고 무얼 한 건가 생각해보면 그래도 X-Ray 사진으로 확증을 얻었다는 정도?

     

    3. 12월 3일 러닝을 기점으로 심각해져

    그렇게 대충 2주 이상 쉬었다. 두 번째 내원 기준으로 2주 이상 몸을 최대한 쉬게 했다. 그리고 11월 27일에 다시 뛰었는데, 웬걸, 전보다 심각해져 2 km도 소화할 수가 없었다. 다시 6일쯤 쉬다 12월 3일 러닝을 감행했는데, 놀랍게도 5 km 넘게 뛸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단지 내 착각에 불과했다. 너무 추워서 통증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샤워하고 온찜질한 뒤 무릎 통증의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가장 통증이 심했다. 싸늘한 날씨 때문에 무릎이 멀쩡한 줄 알고 멍청하게도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거의 걷기 힘든 수준이라 걸을 때 무릎 접히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기 위해 이후 절면서 다니게 된다.

     

    4. 또 다른 의원급

    멀리 걸어나갈 수가 없어서 집 근처 자주 찾는 의원에 갔다. 당연히 소염진통제 처방.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하다는 걸 알아줬는지, 아세클로페낙에 MethylprednisoloneTramadol Inj.를 더했다. 물리치료는 한 번 받았는데 진료이력과 계속 통증이 있다는 걸 알렸더니 권하지 않으시고 2차 병원을 추천하셨다. 최근 이쪽에 몸담고 계신 분도 효성시티병원을 추천해서 어떤가 여쭤봤더니 괜찮을 거라고 하셔서 예약을 잡는다.

     

    5. 효성시티병원

    병원은 병원이지 라고 알고 가는 건 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니 당연히 찾아봤다. 과연 추천엔 의미가 있었다. 완전히 정형외과 중심이었다. 전문의 대다수가 정형외과 보드. 설비가 그쪽으로만 구성돼 전문성도 있을 거라는 예측은 자연스러웠다. 물론 가격도 병원급이었다. 세부 부위별 MRI 산정 가격이 다르지만 최소 30만 원. 올라가는 쪽으론 끝을 모르고 올라가니 생략.

     

    물을 빼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전 진단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물은 전혀 없고 역시나 염증일 것이다. 다만 MRI로 뭔가 발견할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했다. MRI를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 듯한 모양이었다. 결국 물리치료 받고 약 먹으라는 말이니 반복인데, 이곳 의사 분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시원스럽게 뭔갈 밝혀주진 못해서 미안하고 다시 같은 걸 받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하면 MRI를 해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건 마치 내게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라 선택을 내가 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줘서 좀 꺼려졌다. 이곳에서 X-Ray를 다시 찍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MRI는 금액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강요한다는 인상은 아니어서 가장 처음에 갔던 것보단 신뢰가 갔다. 그렇게 결국 또 아세클로페낙의 길로. 이번엔 Ketoprofen 외용제와 Tramadol+Paracetamol 약이 추가됐다.

     

    물리치료도 같은 거겠지, 하면서 10층에 갔는데 이게 뭔가. 대단히 전문적으로 보이는 시설이다. 한다는 처치는 체외충격파라는 거였는데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전기 흘리는 기계랑 비슷한 건 줄 알았다. 워낙 통증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전기 기계에도 개털린 나지만 그정도면 전류 낮춰달라 하면 되겠지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본 기계는 좀 달랐다. 둥그런 표면을 부위에 대어 치료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물리치료사가 직접 컨트롤한다. 전기 기계와는 달리 물리치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붙어 있는다. 여기서 다소 당황했다. 뭐지? 새로운 고통인가?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그걸 염증 부위에 대는 순간 자동차에 살이 찌부러지는 듯한 충격적인 통증을 느꼈다. 경험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분명이 이런 식의 고통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걸어줬는데 그에 대답하려다가 머릿속에서 잊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급속히 피폐해졌다. 안타까운 마음에 7분밖에 안 돼요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초 세기엔 끝이 없을 것 같아 두렵고 결국 남는 건 7분이라는 절대적인 값인데 머리는 얼마나 그 시간이 긴지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를 비추고 있었다.

     

    이날 치료 첫번째는 체외충격파치료

    나는 이게 이렇게 아픈건줄은 상상도 못했다
    첨에 너무아파서 단계를 세번이나 낮췄는데
    진짜 소리지를뻔 ㅠㅜ

    처음 겪어보는 통증
    처음에 주사맞을때 꾸욱 하는 그 아픈통증으로
    시작하다가 그 뒤에 통증은 진짜
    상상 그이상 진짜 윽윽 소리가 절로났다
    500번씩 양쪽을 다 하는데
    진짜 눈물남
    참느라 진짜 애썼다 흐엉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은 다르다고 하고
    염증이 많거나 아플수록 치료시 더 아프다고
    한다ㅠㅜ참을만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운사람들도 있다고한다ㅠㅜ )
    나는 하고나서 멘탈이 나감ㅠ – 햄이블로그 (2020-10-17).

    시간이 너무 안 갔다. 100번 남았다고 했을 때 이제 끝이 정말 다가왔구나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그 치료사의 손이 기계로 가는 것을 봤다. 뭔 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강도를 올린 게 아닌지 의심도 됐다. 안심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2000번 세팅인데 1초에 4번 쏜다며 정말 얼마 안 남았음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다. 그땐 몰랐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계산해 보니 2000÷4÷60은 7이 아니다. 그보다 큰 수다. 더 오랜 시간을 악마의 손에서 견뎠던 것이다 흑흑.

     

    처음 보는 기계를 앞에 두고는 과연 이런 치료가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직접 그 수치를 확인해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5만 원이나 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당하는 도중엔 5만 원이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픈데 효과도 없으면 씨발 말이 되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끝나고 집에 가려고 잠시 걷는 도중엔 올 때보다 걸을 때 통증이 더 심해서 의문이 들었다. 뭐 혈류를 잘 통하게 하고 전달 물질 어쩌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이론은 모르겠고 마치 3 km쯤 뛴 후처럼 걸을 때 아팠다.

     

    글의 전개가 그러데이션처럼 이어져 지옥에 있는 곰탕그릇에서 끝나는 식이 됐는데 희망이 있다는 식으로 끝내고 싶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 좀 적고 마치자.

     

    일단 NSAID에 딸려온 위 보호제. 아주 특이하게도 ODT이다. Orally Disintegrated Tablet이라고 하는데, 왜 내가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찾아봤다. 아래와 같은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한다.

     

    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제때 복약을 할 수 있다는 점, 위장관계 (Gastrointestinal System)를 거치지 않아 소화기관 장애가 적다는 점, 정량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First Pass Effect가 없어 부작용이 적고 균일하고 높은 약효를 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 BioSpectator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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