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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6일차 - 토호랑이 메뉴/하와이 2023. 8. 3. 18:39
어제 술마시고 온 조원에게 내일 아침 7시에 일정이 있으니 절대 늦지말라고 그렇게 구박을 했는데.. 내가 늦었다. 룸메이트의 알람에 눈을 떠서 휴대폰을 보니 아침 8시다. 이해가 안가서 어플을 확인하니 주중으로만 설정되어 있어서 토요일에 울리지 않았다. 같이 움직이기로 한 친구들이 보이스톡을 미친듯이 걸었던 흔적이 보였다. 등골이 서늘하고 이미 배는 바다로 떠났고... 너무 억울했지만 어쩔 수 있나.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나의 절망적인 소식을 재재한테 전했더니 본인은 roomie와 함께 다이닝룸에서 김치볶음밥을 해먹고 있다고 했다. 위로의 의미로 나도 하나 해준다고 내려고라고 했다. 흑흑. 김치가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싸왔다고 한다. 한식 사랑 무슨일. 너무 맛있어서 덕분에 치유받았다.
어짜피 날려먹은 일정, 쿨하게 카이커피에서 커피나 한잔하고 미술관에 갈 계획을 세웠다. 저번에 못 먹었던 Kona Extra Fancy bean을 pour over로 주문할 생각이었다. 간만에 맛있는 커피 마시겠다고 신났는데 주문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내가 원하는 원두는 pour over방식이나 french pressed 방식으로 추출이 가능한데 only hot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날씨가 더운데 hot? Are you kidding?을 외쳐주고 싶었지만 동양인은 힘이 없다. 아니 하와이에는 드립커피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건가? 콜드브루나 달라고 말하고 이름을 말해줬더니 blaire라고 써줬다. 내 이름은 blair인뎁쇼.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다. 원하는 커피는 다시 날을 잡아 에어컨 아래서 죽치고 놀 수 있을때나 시도해봐야 겠다. 오른쪽 사진은 미술관 감상에 동참하기로한 룸메이트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찍었다.
IMPAC 학생증을 가지고 가서 공짜로 입장할 수 있었다.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고흐랑 모네 작품이 있다고는 하는데 진품인지 의심되었다.
왼쪽의 트리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던데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설치미술에는 참 관심이 안 간다.
모네의 작품. 당신은 진짜입니까? 가짜여도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 홀로 빛났다.
어디서 본것만 같은 데자뷰가 있어 찍었다. C야 아니?
막상 돌아보니 미술관이라 불리지만 미술품+유물이 모여있다. 규모가 커서 넉넉하게 본다면 2시간정도 잡아야한다. 나는 1시간 컷으로 1층만 보고 끝냈다. 대부분의 전시물이 아쉬웠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유적 하나 발견했을 때 핵심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보내고 나머지를 박박 긁어서 늘어놓은 느낌이다. 2층 하와이관을 가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곳에 갔으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방문해볼 생각이다.
룸메이트와 헤어지고 재재와 만나기로 했다. 같이 점심먹고 월마트와 ROSS를 둘러볼 생각이다. 아라모아나 센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centerstage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되었다. 기쁜 마음에 달려갔는데 이게 무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취미로하는 오케였다. 클래식에 전혀 관심없는 재재가 듣더니 '막귀인 내가 들어도 못하는걸 알겠다'라고 평했다. 그렇지만.. 응원합니다 여러분. 이런 취미를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차덕후인 재재가 매장에 들어가자고 했다. Swarm에 기록하지 않아 가게 이름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본브랜드이고 꽤나 상당한 규모였다. 이것저것 향을 맡고 다녔는데 역시 가격에 따른 향의 깊이 차이가 크다. 언제나 다도에 관심이 많지만 커피만해도 벅찬 상태라 시작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빈손으로 나왔다. 오른쪽의 사진이 화질이 구린 이유는.. 사진첩에 적당한 사진이 하나도 없어 친구 블로그에서 훔쳐왔기 때문.
월마트 앞에 유명한 분식집이 있어 방문했다. '이레분식'인데 구글지도에서 상당히 리뷰가 좋은 편이었다. 출국전에 떡볶이를 먹지 못한게 한으로 맺혀 하와이에서 한을 풀기로 했다. 반찬으로 나온 양파절임과 김치가 특이하다. 땡초가 아니라 할라피뇨로 매운 맛을 내서 새롭고 오묘하다. 라볶이에 추가로 물만두를 주문했는데 라볶이만 추천한다. 천상의 맛! 티비에서 나오는 미스터트롯을 감상하며 분식을 먹으니 하와이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계산서를 보고 다시 실감했다. 일주일동안 지내면서 느낀건데 여긴 물가가 비싸기도 하지만 메뉴 하나의 양이 너무 많다. 양을 줄이고 가격도 낮춰으면 좋겠다.
배도 채웠으니 쇼핑하러 이동. ROSS는 창고대방출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모든 물건이 무더기로 있어서 그 안에서 보물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발품을 팔아서 득템하기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노력을 아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 쓸만한 래쉬가드가 있는지 정도만 뒤적거리다 포기했다. 여기저기 어떤 물건들이 있나 구경 중에 한국에서 비싼 스마트전구가 4달러에 판매되는 행태(?)를 보고 분노하는 재재와 한국에 들고 가서 중고나라에 팔까 의논도 했다. 이것저것 생각했지만 결국 집게핀만 사고 끝났다.
다음 행선지는 월마트. 미국의 마트는 처음이다. 재재가 한국에서 품귀현상이 일어난 타미플루를 사고 싶다고 해서 약품코너로 갔다. 그런데 이게.. 이게 무슨일인가. 타이레놀을 225정씩 묶어 파는 극악무도한 곳이었다. 이것이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나라의 현실? 나름 예비약사라 경악을 금치못했다. 여기선 약사로 살았다가 쪽박을 면치 못할것 같다. 재재처럼 나도 하나 챙길까하다 이 정도 양이면 OTC여도 출입국관리소에 걸릴것 같다는 생각에 타이레놀 10정이 든 약통 하나만 샀다. 통이 귀여워서 이래저래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구석구석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또 충격적인 곳을 발견했다. 상상도 해본적 없는데 이렇게 많은 털실을 눈앞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한타래가 양도 많은데 심지어 가격도 한국보다 훨씬 싸다. 종류별로 다 집어오고 싶었는데 뜨다가 실이 모자라지는 순간, 250만원 써서 하와이에 날라와야될 판이라 포기했다. 기념품의 느낌으로 작은 녀석 하나 get.
미국의 식재료와 공구가 너무 탐나서 살게 없나 고민했다. 그러나 사치품 그자체.. 왼쪽 사진이 내가 산 전부다. 마트를 돌아다니니 미국에 살고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매번 해외제품이라 비싸게 구매했던 식재료들이 눈앞에 오뚜기 케찹마냥 놓여있는게 열받았다. 숙소식당이 화력이 약해서 요리가 어렵기 때문에 구매하진 않았다. 그 후 숙소로 복귀에 다이닝룸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놀았다. ROSS에서 산 집게핀이 나의 것 그 자체라 매우 신났다. 여기서 진짜 미친듯이 웃음이 터졌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방에 있던 애들이 다이닝룸에서 갈매기 소리(나)와 와이퍼 닦는 소리(재재)가 벽을 뚫고 들어와서 무슨 일인가 했다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냥 재재가 좋은 친구라서 즐거웠나보다.
대망의 루스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에 방문했다. 오늘은 내 하와이 생일이니 돈을 잔뜩 쓸 생각이다. IMPAC 오후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남성이 극찬을 했던 마이타이를 주문했다. 열대과일 주스를 베이스로 럼 등을 넣은 칵테일인데 하와이의 대표음료라고 한다. 한입 마시자마자 재재와 나의 눈이 번쩍 떠졌다. 비록 캘리포니아 맨처럼 힐튼 호텔에서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단언컨데 여태까지 내가 마셔온 칵테일 중에 가장 맛있었다. 후일담이지만 재재는 이 맛을 잊지 못하고 하드락카페에 가서도 마이타이를 주문했는데 전혀 이 맛이 아니었다고 했다. 비쌀수록 맛있어지는 술인듯하니 꼭 좋은 곳에서 시도해보길 바란다.
혹시나 루스크리스에 방문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꼭 본 인 필레를 주문했으면 좋겠다. 다녀오고 나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메뉴를 추천했는데 모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500도(?)가 넘는 뜨거운 접시에 고기가 올려져 나오는데 때깔이 아주 곱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음식을 40분 넘게 기다려서 불쾌함이 올라온 차에 고기 맛을 보고 분노가 사라졌다.
맛잘알 재재는 에피타이저 빵에 고기와 스피나치를 모두 올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 얘는 어디서 이런걸 배워오는지 오르겠다. 진짜 천재적이다. 둘이서 고기 하나에 사이드 하나를 주문하고 사이드를 반 이상 남기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이제 배도 부르고 점호시간도 점점 다가와서 직원에게 좀 빨리빨리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우리의 조급함이 보이지 않았나보다. 미국에서는 웨이터를 부르는게 무례하다고 해서 우리 테이블 담당이 아닌 직원을 불러 재낄수도 없고.. 더 빠른 시간에 예약을 했어야하는데 뒤늦게 예약을 변경하면서 황금시간대를 놓친 업보를 여기서 갚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생일자인 나를 위한 술과 초코시럽을 잔뜩 뿌린 딸기 디저트 불쇼(?)를 보며 the end. 동영상을 찍었지만 이건 재재와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생일은 처음인데 사람들이 왜 기념일을 맞아 해외에 나가는지 알게되었다. 앞으로 내 목표는 생일마다 국외에 있는것으로 하겠다. 오늘 하루는 정말 완벽했다. 불참한 일정 문제도 금요일로 변경해주셔서 잘 해결되었다. 기억에 남을 생일을 보내게 되어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하와이 6일차 끝~
Cf)마이타이를 마시고 재재랑 바로 '마이타이 미친놈 아니냐?' 이랬는데 진짜 처음 맛본 사람은 누구나 "마이타이!"를 외칠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름끼쳤다. 아무래도 한번 더 먹고 외쳐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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